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가 최종 5차전까지 이어지자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체력적인 면에서 삼성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는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후 하루를 쉬고 시작된다. 더구나 SK든 롯데든 플레이오프 5차전서 승리하면 인천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장소인 대구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페넌트레이스때도 각 팀은 원정경기를 위해 버스로 4~5시간 이동하는 자체를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비단 체력 뿐만 아니라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운용, 부상 선수 측면에서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까지 총 26번중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이 한국시리즈 직행팀을 물리친 사례는 4번 밖에 없었다. 해태가 87년과 89년 해태, 롯데가 92년, 두산이 2001년 각각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더구나 5차전 이상의 혈투후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12번 가운데 2번 밖에 없었다. 마지막 사례가 92년 롯데였다. 당시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서 삼성에 2승, 플레이오프에서 해태에 3승2패를 거둔 뒤 한국시리즈에서 빙그레를 4승1패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92년 이후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플레이오프서 5경기 이상을 치른 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직행팀이 절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에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와 최종 5차전까지 치러 3승2패를 거둔 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삼성을 상대로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반대로 2010년에는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3승2패로 이긴 뒤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만나 4경기를 내리 내줬다. 2008년에는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4승2패로 삼성을 꺾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SK에 1승4패로 우승을 내줬다. '플레이오프가 길면 길수록 한국시리즈는 짧아진다'는 사실이 최근 사례에서 분명하게 증명된 셈이다.
플레이오프를 치른 팀은 선발 로테이션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시리즈 직행팀인 삼성은 배영수, 고든, 윤성환, 탈보트 등 선발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1차전 선발로 투입하면 된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른 팀은 에이스를 1차전에 투입할 수가 없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SK의 김광현과 롯데 유먼은 한국시리즈 1,2차전에 선발로 나가기가 힘들다. 한국시리즈 초반에는 플레이오프를 치른 팀이 선발투수면에서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2009~2010년까지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한국시리즈 1.2차전서 모두 승리를 거둔게 좋은 예다.
또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SK와 롯데 모두 불펜진의 난조가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SK의 경우 정우람이 4차전에서 롯데 홍성흔에 1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플레이오프 3경기서 4이닝 동안 2점을 허용했다. 셋업맨 박희수 역시 플레이오프 3경기서 4⅔이닝 동안 기출루자의 실점을 허용하면서 블론세이브 1개를 기록하는 등 불안감을 노출했다. 롯데 역시 김사율 정대현 최대성 등 불펜투수들이 플레이오프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대성은 플레이오프 3경기서 2⅓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았고, 정대현은 지난 17일 2차전서 SK 3타자를 상대해 2루타와 볼넷을 각각 1개씩 내줬다. 정규시즌서 34세이브를 거둔 김사율은 구위가 크게 떨어져 세이브 상황에서는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느긋하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