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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도 관중도 배려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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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사직구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던 롯데팬들이 모처럼 '우리집 만세'를 외쳐댔다. 균형이 깨진 플레이오프. 그래선지 할 말도 평소보다 더 많다. 진 쪽은 사소한 것도 불만이고, 이긴 쪽은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인다.<편집자주>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SK 타선을 관통하는 한 단어. 무기력이다.

이날 딱 5개의 안타, 1득점. 결정적인 찬스는 6회 1사 1, 3루, 단 한 차례 뿐이었다. 그 상황마저 득점에 실패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일시적으로 타선 전체가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SK 타선의 문제는 고질적이라는 점이다.

1차전 6개 안타 2득점. 부진했다. 오랜만의 실전이라는 그럴싸한 변명거리가 있었다. 2차전 10안타. 4득점. 기록만 보면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결정력이 제로였다. 7회 무사 3루, 9회 1사 1, 2루, 10회 1사 1, 3루의 찬스를 모두 놓쳤다.

3차전 롯데 선발은 고원준이었다. 호투했지만 상대를 압도할 구위가 아니었다. 이날 고원준의 가장 큰 미덕은 대담함이었다. 타자와의 승부처마다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한가운데가 많았다. 고원준의 다양한 구질이 돋보였지만, 예전의 SK 타자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망이는 번번이 헛돌았다.

이유가 있다. SK 타선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SK 타격 스타일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 SK의 타격은 서늘한 노림수와 냉철한 팀타격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그런데 올해 전체적으로 스윙이 커졌다. 응집력이 떨어진다. 타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혼란이 섞이면서 안타 확률 자체가 떨어졌다. 수준급 투수들이 연이어 나오는 포스트시즌에서 결정력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야구팬은 SK의 '가을야구 DNA'를 포스트시즌 우세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불완전하다. 검증대에 선 SK '가을야구 DNA'는 반쪽짜리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롯데 고원준. 잘던졌다. 아마 롯데 팬들도 이렇게 잘 던질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최 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의 행동은 문제가 있었다. 4회초. 최 정은 고원준이 던진 공에 왼쪽 어깨쪽을 맞고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 사구가 많은 최 정은 웬만한 사구에는 툭툭 털고 그냥 걸어나간다. 그런 최 정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면 엄청나게 고통이 컸다는 뜻이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1루로 갔다. 그 정도로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는 제스처는 취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포스트시즌이 전쟁이라도 인간미와 동업자정신은 있어야 한다.

사직구장의 조명은 자주 공을 가리는 현상이 생겨 외야수들이 특히 조심하는 구장이다. 그런 현상이 안생기도록 조치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결국 이 중요한 경기서 사단이 났다. 6회말 문규현의 타구는 수비에 서툰 외야수라도 잡을 수 있을만한 평범한 타구였다. SK 우익수 조동화가 누구인가. 모두가 인정하는 수비 전문 외야수다. 그런 그가 타구가 조명에 들어가는 바람에 낙구지점을 판단하지 못해 플라이를 2루타로 만들어줬다.

가장 열정적인 롯데팬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 8회초 SK가 1점을 내자 3루측 SK 응원단이 리본을 쏘아올렸다. 이에 3루측에 있던 다수의 롯데 팬들이 화를 냈다. 비록 롯데팬이 대다수인 사직구장이지만 소수의 SK팬이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닌가. 배려심이 부족했다. 3회말 송은범의 보크도 찜찜했고, 여러모로 SK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