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건강상 여러 문제를 유발하는데, 치아 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충치가 많고 전반적인 구강 건강 상태가 불량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잘못된 식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 음식을 가까이 하고 양치질을 게을리 하면 비만이 유발될 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까지 해쳐 젊은 나이에도 치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 1~2회 야식 먹으면 충치 생길 위험 2배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성별·생애주기별 체중 변화 분석(1998~2010년) 결과에 따르면, 12년 동안 고도 비만인 사람이 2배로 급증했다. 성별로는 남성 고도 비만율이 1.7%에서 3.7%, 여성 고도 비만율은 3.0%에서 4.6%로 높아졌다. 비만율은 2001년 이후 30~31%대를 유지했다. 100명 중 35명이 비만 또는 고도 비만인 셈이다. 비만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는 상태이며 30㎏/㎡를 초과하는 경우는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대사증후군, 허리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 등 건강상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의외로 치과 질환도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비만인 사람의 충치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돼 있다.
국내 한 연구진의 '비만과 치아우식증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충치에 걸릴 위험이 1.8배 가량 높았다. 연구진이 여고생 489명(비만 101명, 정상체중 388명)을 대상으로 치아우식증(충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비만 그룹은 79.2%, 정상 체중 그룹은 44.3%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치 유병률은 육식 섭취와는 상관관계가 없었던 반면 야식 횟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야식을 주 1~2회 먹은 학생은 전혀 먹지 않는 학생보다 충치가 생길 위험이 2배 높았다.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은 "비만이 직접적으로 충치균을 만들어 충치를 유발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비만인 사람들은 야식을 자주 먹는 등 식습관이 좋지 않고 양치질이나 스케일링 같은 구강 위생 관리에도 소홀해 충치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충치를 유발하는 가장 나쁜 습관은 식후 곧바로 양치질을 하지 않는 습관이다.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에, 3분 동안 양치지질 하라는 3-3-3 법칙이 있을 만큼 식사 직후 양치질 하는 것은 충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초반 30분 정도가 충치가 발생하는 핵심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비만인 사람은 세 끼 식사 외 수시로 음식을 먹고 식후 양치질을 실천하지 않아 그만큼 충치에 취약해 진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비만 더 악화
비만인 사람이 선호하는 음식의 종류도 충치와 관계가 있다. 초콜릿, 과자, 빵, 떡, 피자, 콜라, 라면 등은 살이 찌는 음식이기도 하며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토마토, 사과 같은 채소와 과일은 섬유질이 많고 아삭아삭 씹혀 충치를 일으키지 않고 비만도 예방한다. 비만인 사람은 채소나 과일보다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음식, 단 음식, 콜라 등을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변욱 병원장은 "채소와 과일류는 섬유질을 씹고 끊어내야 해서 치아가 건강하고 맞물림이 정밀하게 맞아야 잘 먹을 수 있다"며 "비만으로 인해 충치가 생기면 치통 때문에 피자나 빵처럼 부드럽게 씹히는 음식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비만과 충치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음식을 자주 먹고 먹는 즉시 양치질을 하지 않는 식생활 습관은 충치를 유발하게 되고, 충치 때문에 치통이 생기면 씹기 힘든 채소류를 멀리하고 씹기 편한 고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을 가까이 하면서 비만과 충치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줄이고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 식생활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루 섭취 칼로리,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 야식 횟수, 양치질 횟수와 방법 등을 점검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적극 고쳐야 한다. 특히 양치질은 3-3-3 법칙을 꼭 실천하고 치실 등 구강위생용품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