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 들어선 김연경(24)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심이 가득했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흥국생명과의 분쟁이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번질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연경은 꿋꿋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김연경은 "운동선수로서 좋은 소식을 국민들께 전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국민들께 코트에서 기쁨을 드리는 선수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되리가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무대에서 뛰고 싶다. 축구에서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영같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알리고 싶다. 앞으로의 꿈이고, 해외에서 더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한국의 딸'이다. 추호도 귀화할 생각이 없다. 자랑스런 한국에서 배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김연경은 "다시 돌아오고 싶다. 해외에서 배웠던 선진 배구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또 "그동안 키워주신 흥국생명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0살 때 배구를 시작한 뒤 키가 자라지 않아 배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이후 배구에만 집중했다. 지금 고통스럽지만 나는 배구 외에 다른 것을 할 것이 없다. 코트 안에 서 있을 때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반드시 보답하겠다"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사실 이번 분쟁은 김연경의 일로만 끝날 문제는 아니다. 시대에 뒤쳐지는 로컬룰로 '제2의 김연경'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동료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발벗고 나섰다.
기자회견을 마련해준 노웅래 의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김연경은 선수생활을 중단해선 안된다. 세계 무대에 나가 국위선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배구협회 규정은 선수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선수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협회가 구단과 연맹에 치우쳐 있다"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배구연맹과 협회가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대한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도 힘을 보탰다. 최 의원은 "흥국생명에서 결단이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김연경이 국제 무대에서 훨훨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대승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의원은 "기업의 배타이기주의가 세계적인 선수의 날개를 꺾으면 안된다. 합리적이고 선의의 조치를 요구한다. 문광위 위원들은 사실상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협회의 행태와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노예성 독소조항을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