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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소녀 감성 충만한 한국판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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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사 온 날 밤, 집 헛간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무언가는 바로 의문의 늑대 소년.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같은데 어째 행동하는 게 딱 한 마리의 늑대 같다. 순이네 가족은 이 소년을 철수(송중기)라 부르며 고아원 등으로 보내지기 전까지 돌봐주기로 한다. 훈육은 전적으로 순이의 몫. 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순이였지만 철수를 만나고 순이는 생기를 찾는다. 그리고 철수는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을 돌봐 준 소녀 순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 마치 한 마리의 새끼 오리처럼. 그리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불행은 가장 행복할 때에 찾아 온다.

그 불행의 화근은 순이를 좋아하는 비뚤어진 청년 지태(유연석). 지태는 순이가 자신에게 대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철수에게 상냥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하루는 만취 인 멜로디 상태로 순이네 집을 찾아 와서 싫다는 순이에게 강압적으로 들이댔는데 철수가 그걸 보고 분노가 폭발해서 늑대로 변신하고 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지태는 그걸 빌미로 어떻게든 철수를 없앨 꿍꿍이를 세우고, 결국 순이와 철수는 눈물의 이별을 하게 된다. 이 둘이 감격의 재회를 하는 건 아주 아주 먼 미래, 순이가 흰 머리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색감으로 80%는 먹고 들어가는 영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감정선과 호흡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미장센

<늑대소년>은 진심 색감으로 80%는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보면서 어쩜 조명을 저렇게 쓸 수 있는지 거의 매 컷마다 감탄했던 것 같다. 구도도 그렇고 미장센이 너무 예쁘다. 따스하고 감성적인 이 색감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감정선과 호흡이 빚어내는 아름다움도 그러하고. 영화는 진지했던 예고편과는 달리 굉장히 코믹하다. 송중기씨의 야생 모드와 왠지 애드립의 느낌이 나는 장영남씨의 생활 연기에 빵빵 터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확 진지하고 심각해지는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정말 뻔하디 뻔한,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이야기지만 <늑대소년>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등장인물들을 그에 맞춰서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모자라고 어색한 CG에서 실소가 터진다기 보다는 그저 스크린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CG나 특수분장이 없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수와 순이 두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선은 절절하지만, 그게 또 남녀 간의 그 애절한 멜로는 또 아니다. 특히 순이를 향한 늑대 소년 철수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세상 그 전부, 모든 것'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영화 <늑대소년>은 <트와일라잇>이 아니라 <가위손> 쪽이다. 196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한, 굉장히 목가적이고 한국적인 <가위손>.

감정선이 메말랐는지 폭풍 눈물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슴한 구석이 찌르르하기는 했다. 유치한데도 그랬다. 아마 이 영리한 젊은 두 배우는 또 한번 필모그래피에 인상 깊은 작품을 이렇게 추가하게 될 듯. 아마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늑대소년>은 정말 여자의 소녀 감성을 매우 많이 충족시키는 그런 영화였으니 말이다.<늑대소년> 철수를 본 기분은 마치 <늑대의 유혹>의 레전설 명장면 '우산 속 강동원'에 술렁거리던 그것

극장에서 육성 비명이 연발했던 <늑대의 유혹>의 명장면, 우산 에서 쓰윽 얼굴을 내밀던 강동원씨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말간 얼굴로 클로즈업되는 동원님의 그 은혜로운 비주얼이란. 그 때 여성 관객들이 그렇게 설레어 하고 술렁거리던 그 느낌을 영화 <늑대소년>의 철수, 송중기씨를 보면서도 비슷하게 받았다. 송중기씨는 이제 <착한남자>에 이어 <늑대소년>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정말 확실한 대세가 될 것 같은 촉이 왔다. 끙끙 앓고 있지는 않지만 영민한 배우라는 건 100% 진심으로 인정.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