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출석(19일)을 앞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16일 "조 회장이 입장을 정리했다. 차기 회장 선거에서 불출마를 결정했다"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2009년 1월 제51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됐다. 1993년부터 16년간 협회를 이끈 정몽준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경선으로 뽑힌 선수 출신 첫 축구협회 수장이었다.
4년 임기는 올해로 끝이 난다. 내년 1월 축구협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축구계는 벌써 선거 정국이다.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인 시도연맹과 산하연맹 회장 선거가 12월 열린다.
조 회장의 연임은 뜨거운 감자였다. 각급 대표팀 성적만 놓고 보면 흠이 없었다.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2012년 런던올림픽),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2010년 남아공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첫 우승(2010년 여자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등 여러차례 신화를 연출했다.
그러나 후진적 행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연말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을 밀실에서 경질, 도마에 올랐다. 올초에는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을 지불하고 퇴직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됐다. 조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특정감사 직후 사죄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런던올림픽 직후에는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된 축구협회의 저자세 외교로 온 국민의 원성을 샀다. 한국 축구는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종우는 경기 직후 관중에게 건네받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환호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를 문제삼았다. 그의 행동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는 여전히 조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대응은 암울했다. 뒷북 행정이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해명 이메일이 논란이 됐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행보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현실 인식에 민심은 등을 돌렸다.
조 회장은 2월 사죄기자회견에서 "남은 11개월의 임기 동안 모든 것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애매모호했지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조 회장의 재선 도전은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축구계는 그의 출마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조 회장이 결국 교통정리를 했다. 안갯속의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