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000만명을 넘어 총인구 수를 추월했다.
넘쳐나는 휴대전화는 IT혁신의 아이콘임과 동시에 집집마다 1~2개쯤은 장롱속에 처박혀 있는 애물단지다. 공간은 별로 차지하지 않지만, 버리자니 개인정보가 수록돼 있어 찜찜하다.
금, 은 등 고가의 광물이 섞여 있어 재활용 가치는 높지만 재활용률이 바닥을 기는 이유중 하나다.
폐휴대전화 재활용 활성화 정책만 던지는 정부, 수익만을 쫓는 휴대전화 제조사, 가입자 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이동통신사의 짝짜꿍은 문제해결 실타래를 더 꼬이게 만든다.
올해 초부터 이동통신사의 폐휴대전화 의무수거(또는 재활용)비율(16%)이 강제 적용중이다.
현실적으로 휴대전화 가격이 계속 치솟고 소비자들에게 재활용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불투명 하다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중간성적표에는 큰 차이가 난다.
SK텔레콤이 1위, KT가 2위, LG유플러스가 꼴찌다. 휴대전화 재활용은 임대폰(재사용), 물질재활용(폐품처리 후 필요물질 추출), 해외수출 등으로 이뤄진다.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에서 밝혀진 최근 3년간 폐휴대전화 재활용율은 SK텔레콤이 2010년 11.6%, 2011년 5.8%, 올해 7월까지 18%로 약 12%였다. KT는 2010년 11.6%, 2011년 2.7%, 올해 11.8%로 평균 7.8%였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8.8%, 2011년 3.9%, 올해 8.4%로 평균 6.8%였다. 업계 전반으로 보면 3년간 재활용은 9.6%로 10대 중 1대를 넘기지 못했다. 폐휴대전화 의무수거 규정이 생기면서 재활용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이동통신사를 폐휴대전화 재활용 주체에 포함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휴대전화는 이동통신사를 통해야만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수에만 매달린다. 이용요금이 비싸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는 LTE 가입전쟁이 벌어지면서 마케팅 싸움은 불꽃이 튄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는 LTE 가입자 싸움에선 KT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LG유플러스는 LTE품질 1위와 만족도 1위를 강조하며 바람몰이 중이지만 '돈이 안되는' 폐휴대전화 재활용 사업에서는 극히 수동적이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중고폰 매매에 힘을 쏟는 타사에 비해 열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휴대전화 교체주기를 보면 한국사람들은 26.9개월에 한번, 약 2년 3개월마다 폰을 바꾸고 있다.
교체주기가 46.3개월인 일본, 74.5개월인 핀란드에 비해 훨씬 잦다. 과소비로 인해 중고 휴대전화는 더 넘쳐나고 있다. 휴대전화 1대에서는 평균 금 0.034g, 은 0.2g, 구리 10.5g의 광물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효율로 따지면 광산보다 낫다. 하지만 활용을 못하면 자원낭비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수거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사업자가 중고전화기를 사들이는 것보다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사고파는 것이 소비자들에겐 더 유리한 측면이 크다. 신규 가입자들 중에서 중고폰을 이용하는 이들도 꽤 된다. 이들이 이번 통계조사에서 누락됐을 수도 있다. 중고폰을 더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판다는 순수 매매 측면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역할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통계자료만 보고 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재활용 의지를 낮게 보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