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주무기는 포크볼이다. 하지만 롯데도 제대로 대비하고 나섰다.
8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주인공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대타 홈런을 날린 롯데 박준서였다. 박준서는 경기 후 "포크볼만 노리고 들어갔다. 초구엔 너무 빨리 떨어져서 못 쳤다. 두번째 공은 조금 밋밋하게 들어와서 넘어간 것 같다"며 웃었다.
박준서는 3-5로 뒤진 두산의 셋업맨 홍상삼의 2구째 포크볼을 걷어올려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홍상삼은 자신 있게 몸쪽 포크볼을 던졌다. 하지만 박준서는 포크볼이 떨어지기 전에 방망이에 공을 맞혔다. 제대로 공을 받아놓고 친 건 아니다. 히팅포인트가 다소 앞에서 형성됐지만, 공이 방망이의 스윗 스팟에 정확히 맞았다.
박준서 외에도 이날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침착했다. 평소 때처럼 성급하게 나오는 모습은 없었다. 양승호 감독 역시 타격코치에게 평소와는 다른 주문을 했다. 볼카운트 2B0S나 3B1S에서 웨이팅 사인을 낸 것. 두산 투수들의 유인구에도 끝까지 방망이를 숨기고 있던 이유다.
롯데는 두산 투수들의 유인구, 특히 포크볼에 철저한 대비를 했다. 사실 포크볼은 '쳐서는 안 되는 공'이라고 여겨진다. 높거나 밋밋하게 들어올 때를 제외하고, 포크볼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듯 하다 뚝 떨어지기에 기본적으로 참아내면 된다. 심판의 콜도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 많다. 하지만 너무나 치기 좋게 매력적으로 들어오는 공에 타자들은 방망이를 낸다. 그리고 후회한다.
2차전 선발 노경은은 포크볼이 주무기다. 직구와 비슷한 속도로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각도가 큰 포크볼이라기 보다는, 구속에 있어 타자를 현혹시키기 좋은 포크볼이다.
노경은 역시 롯데와 상대할 방법에 대해 "롯데 타자들이 덤비는 스타일이니까 방망이를 잘 유도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롯데는 니퍼트의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좌우 코너워크 정도는 쉽게 이겨내는 모습이었다. '롯데 킬러'였던 홍상삼의 포크볼 역시 공략에 성공했다.
앞으로 줄줄이 롯데 타선은 '포크볼러'들을 상대해야 한다. 3차전과 4차전 선발로 예정된 이용찬과 김선우 역시 포크볼을 구사한다. 이용찬의 경우 포크볼 볼끝이 좋고, 김선우는 일종의 변형체인지업으로 포크볼성 공을 던진다.
두산의 강점인 강한 선발과 연결되는 키워드가 바로 포크볼이다. 본격적으로 포크볼 투수들이 선발로 등장하는 2차전부터가 본게임으로 볼 수도 있다. 롯데 타자들이 '포크볼 왕국' 두산 마운드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