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vs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향방을 가를 키워드? '부담' 극복이다.
7일 미디어데이 때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정작 두 팀 감독이나 선수의 속내는 은근히 불안하다. 두 팀은 왜 불안할까.
▶서로 다른 '불안'의 이유
두산은 선수 수급이 불안하다. 전성기를 이끌던 포스트시즌 기술자들이 대거 빠졌다. 야수쪽에서는 김동주 손시헌 정수빈 고영민이 빠졌다. 투수쪽에서는 고창성 정재훈 이재우가 없다. 투-타에서 해줘야 할 선수 태반이 큰 경기 경험이 아직 부족한 미 숙련자들이다. 두산의 불안감은 여기에 있다. '큰 경기에서는 해줄 선수가 해준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김진욱 감독이다.
롯데는 포스트시즌 조기 탈락에 대한 기억이 불안하다. 롯데는 정규시즌 끝자락을 극단적 부진 속에서 보냈다. 9월15일부터 10월1일까지 12경기에서 1승11패. 이 기간 올린 총 18득점은 경기당 평균 1.5점에 불과하다. 시즌 막판에 찾아온 부진의 그림자. 준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사실 시즌 막판 슬럼프는 바꿔 생각하면 긍정적 요소일 수 있다. 사이클을 타는 타선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시점이 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 부진이 수년간 이어져온 '포스트시즌 조기탈락'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맞물려 불안감을 극대화한다면? 양승호 감독으로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잘 '노는 팀'이 이긴다
'국제가수'로 떠오른 싸이. 그는 흔한 일상의 공간을 놀이터 삼아 공감의 전파를 극대화한 대중 가수다. 싸이는 전 세계적 신드롬을 몰고온 '강남스타일'에 대해 "최대한 한심하고 어이 없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멋들어지게 만들려는 강박 관념을 벗어던지고 카메라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야구장에서 마음껏 뛰놀며 가을 잔치를 즐기는 선수가 많은 팀이 이긴다.
프로야구 대 축제인 포스트시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우선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들어찬다. 야구계의 모든 시선도 오직 한 경기에 집중된다. 상상하지 못할만큼 많은 취재진과 관계자가 몰린다. 축제의 주인공인 선수들로선 마음의 부담과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경험'이 부족한 두산 선수들. '기억'이 썩 유쾌하지 않은 롯데 선수들. 서로 다른 불안감에서 얼마나 빨리 해방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느냐에 따라 승자가 갈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두산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투수=김선우, 니퍼트, 이용찬, 노경은, 김승회, 김상현, 김강률, 홍상삼, 김창훈, 변진수, 프록터 (11명)
포수=양의지, 최재훈 (2명)
내야수=윤석민, 이원석, 오재원, 오재일, 최준석, 김재호, 허경민, 최주환 (8명)
외야수=이종욱, 김현수, 임재철, 민병헌, 김재환 (5명)
◇롯데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투수=송승준, 유먼, 사도스키, 고원준, 김사율, 정대현, 김성배, 이명우, 강영식, 이승호, 최대성 (11명)
포수=강민호, 용덕한 (2명)
내야수=조성환, 박종윤, 황재균, 문규현, 박준서, 정 훈, 손용석 (7명)
외야수=홍성흔, 손아섭, 전준우, 김주찬, 황성용, 김문호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