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 프로야구 개막 당시 일본인 등록 코치는 모두 10명이었다. 삼성과 KIA가 각각 3명, 두산과 한화가 2명씩 일본인 코치를 영입해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정식 코치로 임명하지는 않았지만, 롯데는 스프링캠프서 지바 롯데 투수코치 출신의 소노카와 가쓰미를 투수 인스트럭터로 기용했었다. 올시즌 특징중 하나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일본인 코치들의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삼성의 고야마, KIA의 미나미타니, 한화의 하나마쓰 코치가 트레이닝 파트를 담당했다. 롯데 역시 시범경기 때까지 가쓰자키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했다. 말그대로 일본 코치 전성시대다. 그 어느해보다도 많은 일본인 코치들이 국내 야구를 주름잡았다.
▶서른살 넘은 한국야구, 코치까지 수입해야 하나
두산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 프로야구 감독 출신 인사를 수석코치로 영입해 화제를 낳았다. 두산 이토 수석코치는 지난 2004년 세이부 감독을 맡아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끈 일본 야구 명장 출신이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일본인 지도자는 지난 80년대 초반 롯데 코치와 감독대행을 맡았던 도이 쇼스케였다. 당시 그의 한국 이름은 도위창이었다. 85년 OB도 내야수 출신의 사노 요시유키를 수석코치로 임명한 바 있다. 이후 명맥이 끊겼던 일본인 코치 세력은 지난 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화됐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경기 운영의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일본인 코치들을 대거 영입했다. 일본 프로야구와 인연이 깊은 김성근 선동열, 조범현 감독 등이 각각 SK와 삼성, KIA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일본인 코치들의 비중이 커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바람이 올시즌 정점을 찍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31시즌째를 막 끝냈다. 경험도 노하우도 없던 프로 초창기라면 모를까, 서른살 넘은 청장년이라면 코치 인력 정도는 자급자족해야 정상이다.
▶몸값은 두 세배, 효과도 두 세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일본인 코치들, 과연 필요한 것일까. 올시즌 현상만 보더라도 '무분별한' 영입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구단의 기대대로, 감독이 원했던 바를 이들 일본인 코치들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수행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감히 끄덕이기 힘들다.
우선 이들의 몸값부터 보자. 국내 코치들의 2~3배에 이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 자료에 따르면 올시즌 일본인 코치 10명의 평균 연봉은 1220만엔이다. 현재의 환율로 환산하면 1억7300만원이다. 삼성 오치아이 코치가 1800만엔(약 2억55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올시즌 국내 코치들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채 안된다. 1~2년차 국내 코치들은 5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고 일을 한다. 수석코치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일본인 코치들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분명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국내 구단들이 이들을 향해 처음부터 '저자세'를 보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된다. 이에 대해 일본인 코치를 쓰는 모 구단은 "일본내에서의 지명도를 고려해야 하고, 일본 현지 물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국내 코치들보다 많은 연봉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인 코치 1명의 연봉으로 2~3명의 국내 코치를 쓰거나 키울 수 있는데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없다.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많은 일본인 코치들은 팀에 합류하자마자 선수들의 얼굴과 등번호부터 외운다. 코치들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 간의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투수, 타격, 배터리, 트레이닝 등 파트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개별 선수들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 파악에 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 코치들이 많다. 일부 일본인 코치들은 국내 야구 수준을 우습게 봤는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선수들과의 의사 소통에마저 소극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에서 코치라는 자리는 선수와 직통해야 한다. 야구 기술 전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수들과의 긴밀한 스킨십이다. 선수들은 코치로부터 야구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다. 때론 감독에게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고충을 허물없이 털어놓고, 개인적인 상담까지 할 수 있는 형같은 역할을 기대한다.
▶야구인들 민심도 보듬어라
국내 야구인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역 은퇴후 프로 구단 코치로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이내에 지명을 받아야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진로 문제와 다를 바 없다. 지난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한 수도권 구단 출신의 모 코치는 "물론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각 팀마다 평균 1~2명의 외국인 코치나 인스트럭터를 쓰고 있는데 그들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국내 코치들의 처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KBO에 등록된 9개 구단 코치(감독 제외)는 모두 168명. 이 가운데 10자리를 일본인 코치들이 차지하고 있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일단 정규시즌이 마무리된 직후 KIA는 다카하시 투수코치, 마츠야마 수비코치, 미나미타니 트레이닝코치 등 3명의 일본인 코치들과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화 역시 새 사령탑을 영입한 뒤 후쿠후라 수비코치와 하나마쓰 트레이닝 코치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삼성과 두산의 일본인 코치들도 포스트시즌 종료후 잔류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 오치아이 투수코치의 경우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일본으로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코치들의 능력 자체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비용 대비 효과와, 서른살을 넘긴 한국야구의 자립도, 그로 인해 야구인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그늘 등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을 한번쯤 짚어보자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