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잔디에 금 그으면 경고 받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경기장 잔디 보호와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그라운드 잔디 관리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맹은 5일 '일부 골키퍼가 축구화 스터드를 이용해 골라인 근처 잔디 위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잔디를 훼손하고 경기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 K-리그 35라운드부터 이를 엄격히 확인하기로 했다. 규정은 경기전 워밍업 시점부터 경기를 마칠때까지 적용된다'고 밝혔다.
골키퍼들의 선긋기는 골대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각도를 좁히러 나갈때 방향을 잡는데 이용하는 노하우 중 하나다. 보통 어렷을때 골키퍼를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으로 일부 골키퍼들이 프로무대에서도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K-리그 35라운드부터는 '선긋기'가 엄격하게 금지된다. 연맹 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규칙서에는 '선수가 경기장에 자신의 발로 허가되지 않은 표시를 한다면, 그 선수는 반스포츠적 행위로 경고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존에 있었던 규정이지만 다시금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그동안 사실상 '없던 룰'처럼 여겨져왔던 이 규정이 연맹에 의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선수를 보호하고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연맹 관계자는 "여름철을 보내면서 K-리그 경기장들의 잔디가 많이 상했다. 특히 골대앞 잔디가 많이 훼손돼 선수들이 다칠 염려가 있다"면서 "선긋기는 골키퍼가 선방을 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이다. 이를 막게 된다면 공격수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울산과 알 힐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 2차전 김영광이 경고를 받은 것도 간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김영광은 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김영광이 습관적으로 한 선긋기 행동 때문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김영광의 행동이 국제룰에 따르면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K-리그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표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무대에서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축구 골키퍼 관계자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봉수 전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나도 현역 시절에 선긋기를 했었다. 자신들만의 노하우다. 그러나 예전부터 있던 규정이라 큰 제약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잔디가 망가질 정도로 선긋는게 아닌데"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지방의 한 구단 골키퍼 코치는 "골키퍼들이 각도를 만들기 위해서 긋는 선이다. 해외무대에서도 골키퍼들이 선긋기를 많이 하는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규정 강화로 K-리그도 국제 대회룰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애꿎게 직격탄을 맞은 골키퍼들만 울상을 짓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