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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정호 "다리 뿐 아니라 마음도 치유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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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많이 치유됐다."

홍정호(23·제주)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홍정호는 4월 29일 경남전에서 윤신영의 태클에 쓰러질 때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이내 십자인대와 연골쪽에는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왼무릎에 박힌 핀을 빼고 회복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자기공명(MRI) 촬영에서 후방 십자인대 손상이 발견됐다. 그의 마음 속에는 자리잡고 있던 런던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충격이 컸다. 속병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였다. 축구인생에서 처음 온 시련이었다.

부상은 그를 많이 바꿔 놓았다. 겁도 생겼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홍정호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다친 이후로 겁이 생겼다. 여기서도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러가는데 위험한 상황이 오면 직접 뛰는게 아닌데도 무섭더라. 많이 걱정하고 있다. 에이전트가 심리치료를 받자고 할 정도다. 트라우마 생기면 안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다시 이를 악물고 수술에 임했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본 결정이었다. 이어 재활에 정진했다. 다행히 회복속도도 빠르다. 홍정호는 "많이 좋아졌다. 여기 의료진도 회복속도가 빠르다고 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홍정호는 현재 피팅과 사다리 스텝 등을 병행하고 있다. 조깅도 가능한 몸상태지만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조깅이 가능하지만 독일은 자기가 정한 스케줄에 철저히 지키더라. 지금 재활한지 13주 정도 됐는데 16주부터 조깅하자는 스케줄에 맞출 생각이다"고 했다.

마음도 많이 치유됐다. 홍정호는 "한국에 있을때는 생각이 많았는데 여기서 엄청 많이 좋아졌다.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고 운동만 전념하면 돼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치유됐다. 그래서 회복이 더 빨리 되는거 같다. 마음이 편하니까"고 했다. 함께 있는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존재도 큰 힘이 된다. 구자철은 제주와 대표팀에서 함께 보낸 절친이다. 구자철도 부상으로 쉬고 있는 상태라 함께 재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함께 밥 먹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하고 있다. 주말에는 산책도 같이 하고. 많이 도와주니까 아무래도 편하다"며 웃었다.

런던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홍정호 개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얘기라 조심스러웠다. 홍정호는 홍명보호 수비의 핵심이었다. 주장완장을 차고 예선무대를 누볐다. 워낙 몸상태가 좋아 본선에서도 일을 낼 수 있을거라는 예김이 들었었다. 그러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외면할법도 하지만 홍정호는 전경기를 다 지켜봤단다. 3년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많이 아쉬웠죠"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말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 모두 그들의 캡틴을 외면하지 않았다. 올림픽 후 선수들이 돌아오자마자 홍정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홍 감독도 "너와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지금이 끝이 아니니까 나중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거다"고 위로를 건냈다.

홍정호는 걱정이 많았다. 그는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복귀해서 잘 못할까봐 우려가 된다. 이렇게 긴 공백기는 처음이라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대뜸 "축구가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반복된 재활을 참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재활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축구가 하고 싶어서다. 복귀 후에도 잘 할 수 있을지는 그 다음 문제다. 축구를 오랫동안 쉬었더니 보는 시각도 좀 달라졌다. 더 여유있게 즐겁게 볼을 차고 싶다."

홍정호는 일단 11월 귀국 예정이다. 그는 아직 구단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다시 독일로 건너와서 재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도 많고 유혹도 많은 한국을 떠나 몸을 완전히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홍정호는 부상 전 축구관계자로부터 '빅리그가 가능한 중앙수비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가 성공적으로 복귀해 치료가 아닌 선수로 유럽에 있는 모습을 기다려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