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이 제가 내준 숙제를 잘 풀어내겠죠."
첫 번째 가을 도전은 아쉬운 실패로 기록됐다. 지난해 롯데 신임 사령탑을 맡은 양승호 감독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달성했으나 끝내 플레이오프 무대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SK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양 감독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1년 뒤. 양 감독은 올해 두 번째 가을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두산을 상대로 한 준플레이오프부터다. 양 감독 개인으로서도 의미가 크지만 롯데로서도 이번 가을 잔치에 거는 기대와 각오는 각별하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도 매번 첫 번째 라운드에서 탈락한 수모를 설욕해야 하기 때문. 롯데는 2009년과 2010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모두 두산에 패했고,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KIA를 준PO에서 꺾고 올라온 SK에 졌다.
그래서 양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위한 필승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를 위해 양 감독은 5일 인천 SK전을 포함해 남은 정규시즌 2경기에서 선수단을 최대한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만들어뒀다. 양 감독은 "두산은 쉽지 않은 상대다. 특히 선발진이 막강해 대책을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승리하기)힘들어진다"며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과는 달리 적극적인 벤치의 작전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양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필승의 열쇠로 두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최근 코치진에게 숙제를 두 가지 내줬다. 일단 투수코치에게는 준플레이오프 투수 엔트리를 10명으로 할 것인지 11명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했다. 또한 타격코치에게는 왼손 대타 전문요원으로 누구를 쓸 것인지 확정하라고 말해뒀다"고 밝혔다.
양 감독이 코치진에게 부여한 이 두 가지 숙제는 곧 롯데가 두산을 어떤 식으로 이겨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이다. 양 감독은 우선 상대적으로 밀리는 선발진의 힘을 불펜에서 어떻게 보완할 지 고민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니퍼트-노경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롯데의 송승준-유먼-사도스키 라인은 다소 허약해보인다. 때문에 경기 중반이후 불펜투수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 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그렇다고 투수 엔트리를 마냥 늘릴 수도 없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대타나 대주자 등 세밀한 작전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고, 또 부상 시 교체가 안되기 때문에 야수 엔트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양 감독이 주형광 투수코치에게 내준 숙제는 곧 준플레이오프에 어떤 포메이션으로 투수진을 운용할 지 결정해보라는 것이었다.
또한 '왼손 대타전문요원'의 확정 또한 준플레이오프 필승을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양 감독은 "두산 마운드의 약점을 굳이 찾자면 왼손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것을 공략하려면 결국 왼손타자 특히 찬스에 쳐줄 수 있는 전문 대타가 필요하다. 박정태 타격코치에게는 그 인물을 결정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 감독은 남은 2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왼손타자들을 다양하게 기용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낙점을 받는 선수는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돼 키플레이어로 활약하게 된다. 이 두 가지 해법 외에도 양 감독의 머리속에는 지금 온통 '승리'를 위한 고민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과연 양 감독은 두 번째 가을도전에서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