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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박빙의 2파전, 표심은 어디에 좀더 가치를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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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힘든 결정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다. 2012시즌을 빛낸 최고의 별에게 주어지는 MVP를 뽑을 때가 됐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MVP 후보는 4명이다. 삼성 좌완 장원삼(29), 넥센 4번 타자 박병호(26), 넥센 우완 나이트(37), 그리고 한화 4번 타자 김태균(30)이다. 후보를 보는 순간, 바로 이 선수라고 찍을 만큼 튀는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개인 성적을 찬찬히 따져봐도 누가 가장 뛰어나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 어느 해보다 4명의 후보가 박빙의 표싸움을 벌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소속팀 사령탑들까지 나서 자기 식구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김성갑 넥센 감독대행은 "MVP는 박병호가 받아야 한다. 99%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류중일 삼성 감독은 "MVP는 우승팀에서 나와야 한다. 팀 성적이 MVP 뽑는데도 중요하다고 본다. 장원삼은 우리가 우승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를 종합하면 박병호와 장원삼의 2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나이트와 김태균이 기록한 개인 성적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MVP 투표권은 기자단이 갖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회원사와 각 지역 언론사가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투표한다. 준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8일 현장투표하고, 그 결과를 다음달 5일 시상식장에서 발표한다. 총 유효투표수의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선수가 수상자로 결정된다. 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간 결선 투표를 해 최다 득표자가 수상자가 된다.

류 감독이 밀고 있는 장원삼은 시즌 17승으로 사실상 첫 다승왕 등극을 확정했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첫 개인 타이틀 획득이다. 삼성의 에이스로 소속팀이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운게 분명하다. 하지만 평균자책점(3.55)이 조금 높은게 마이너스 요소다. 또 삼성 강타선의 득점 지원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성갑 감독이 호언장담한 박병호는 이번 시즌 인생역전에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시즌 도중 LG에서 넥센으로 건너온 후 이번 시즌을 통해 한국의 차세대 거포로 우뚝 솟았다. 사실상 홈런왕(31개)과 타점왕(105개) 2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유일하게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겼다. 4일까지 넥센의 전경기(132경기)에 출전했다.

박병호와 같은 팀이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나이트는 평균자책점에서 2.20으로 1위다. 16승으로 다승 2위. 승률도 8할로 2위. 다승과 승률에서 각각 장원삼과 탈보트에 뒤지지만 선발 투수 전 부문에서 가장 안정된 피칭을 한 선수가 나이트다. 기본 전력이 약한 넥센의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나이트의 성적은 더 높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라는 핸디캡은 있다.

김태균은 타율왕(0.363)과 출루율왕(0.474) 2관왕 등극이 굳어졌다. 최다안타는 151개로 공동 2위. 그런데 박병호나 장원삼 만큼 주목을 덜 받고 있다. 꿈의 4할 타율 도전에 실패했고, 소속팀 한화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의 팀사정을 고려할 때 김태균의 활약은 더 칭찬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MVP는 KIA 투수 윤석민이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에서 모두 1위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팀 성적과는 무관했다. 2010년에는 롯데 괴물 타자 이대호가, 2009년에는 KIA 거포 김상현이 MVP에 뽑혔다. 이대호는 당시 타율 3할6푼4리, 174안타, 44홈런, 133타점이란 믿기지 않는 대활약을 했었다. 김상현도 당시 팀 우승과 동시에 홈런왕 타점왕을 차지했었다.

MVP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분명한 기준은 없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느냐에 달렸다. 선수의 성적 만큼이나 인성, 인기도, 최근 경기에서의 인상적인 활약 등이 종합적으로 표심에 반영될 수 있다. 한편, 신인상은 넥센 서건창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