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단 1승도 없다.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시즌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감독 경질설이 흘러나온다. 설상가상으로 후원 기업까지 등을 돌리려고 한다.
박지성(31)이 주장을 맡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QPR(퀸즈파크레인저스) 이야기다.
QPR은 지난 시즌 천신만고 끝에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QPR은 여름 비시즌동안 투자를 감행했다.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을 필두로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했다. 저가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의 오너이자 QPR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적이 너무 나쁘다. 아무리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QPR은 개막 이후 1승을 얻지 못하고 있다. 2무4패(승점2)로 리그 최하위다.
자칫하다간 후원까지 끊어질 판국이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인도 철강왕' 락시미 미탈이 QPR의 주식을 매각하고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한국시각) 보도했다. QPR은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가 지분 66%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미탈은 나머지 지분 34%를 갖고 수시로 구단 운영비를 대는 역할을 하고 있다. ESPN은 QPR이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매월 400만∼500만 파운드(약 70억∼90억원)나 적자를 본다고 전했다. 미탈의 사위이자 지분 관리자인 아미트 바티아 QPR 부회장은 매각설 일부가 사실임을 밝혔다. 바티아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금 당장 빠져나간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당면 과제를 마치면 가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6경기째 첫 승을 올리지 못하자 결국 마크 휴즈 감독(46)의 경질설이 터졌다. 영국의 '데일리스타'는 최근 "해리 레드냅 감독이 QPR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지성, 에스테반 그라네로, 훌리우 세자르 등 무려 10명의 수준급 선수들을 보강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휴즈 감독의 입지에도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지난 시즌 부임한 휴즈 감독은 QPR을 맡은 이후 27경기에서 단 8승에 그치고 있다.
휴즈 감독이 흔들릴 경우 박지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의 QPR 입성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도로 든든한 원군 역할을 했다. 박지성이 이적 첫 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차게 된 점이나 개막 이후 6경기 연속 선발 출전, 5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뛴 것도 휴즈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는 붙박이 주전이다. 만약 새 감독이 부임할 경우 박지성의 위치가 흔들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페르난데스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휴즈 감독 경질설에 대해 부인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지금 성적에 대해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최고의 매니저가 있다"면서 "마크 휴즈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 선수들을 지지해달라"면서 "이제 6경기를 치렀을 뿐이며, 이것은 시즌 전체 성적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잃지 않았다.
한편 QPR의 '차기 감독 1순위'로 꼽히고 있는 레드냅 감독은 현재 3부리그 본머스에서 무보수로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포츠머스, 토트넘 등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올해 초에는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