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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박태환 입소 별★패션,팬과의 약속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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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도 아니고 4주 갔다오는데… 아이참."

취재진의 '충성' 거수 경례 포즈 요청에 쑥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색하게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손바닥이 보이면 안돼요." 현장을 지휘하던 유철상 정훈참모(중령)가 세심하게 다가가 자세를 바로잡아줬다.

'수영 영웅' 박태환(23·단국대 대학원)이 4일 오후 1시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전날 밤 아버지 박인호씨, SK전담팀에서 동고동락했던 권태현 체력담당관, 박철규 의무담당관, 손석배 운영팀장과 소줏잔을 기울였다. 군악대 출신 아버지는 아들에게 군 생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줬다. 지난 4년간 사나이의 정을 나눠온 전담팀 선생님들은 "그 힘든 훈련도 다 이겨냈는데 잘할 거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른 아침, 어머니 유성미씨가 정성껏 끓여준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고, 헤어숍으로 가 머리를 짧게 잘랐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늘 머리를 짧게 잘랐지만 이렇게 짧은 머리는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런던올림픽 전부터 예정된 일정이다. 박태환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병역 의무를 마치기를 희망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200m, 400m에서 은메달 등 올림픽에서만 2개의 금메달, 1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연속 3관왕에 올랐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병역법에 따라 예술, 체육 분야 공익근무요원으로 편입,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포함해 34개월간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신하게 된다.

박태환은 연무대 앞 광장에서 가진 입소 인터뷰에서 "올해 마지막 전지훈련 떠나는 기분으로 잘하고 오겠다. 강인한 정신력을 재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같다"며 당찬 소감을 밝혔다. 전지훈련을 떠나는 기분이라지만 사실 '군대'는 처음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일인 만큼 낯설고 떨린다. 솔직히 맘이 편치는 않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언제나처럼 의연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가는 군대를 4주 다녀오면서 굳이 엄살 떨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운동을 했으니, 단체생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동료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훈련소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후원사인 SK텔레콤이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5년간 70억원을 투자해 전담팀을 꾸렸고, 물심양면으로 훈련을 지원했지만, 끝까지 같은 곳을 바라보진 못했다. 박태환은 "SK와는 그 이후로 접촉이 없었고, 일정도 바빴고, 이후 구체적으로 후원 관련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없다.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좋은 일이 있게 해야죠"라며 웃었다. 23연대에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후 내달 1일 오전 퇴소한다.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등 선수로서의 향후 계획은 퇴소 이후인 11~12월쯤 밝힐 생각이다. 아버지 박인호씨는 "아들의 결정을 무조건 따를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들이 수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태환은 이날 진로에 대한 질문에 "아시안게임에 나간다, 안나간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다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참가할 경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또렷이 밝혔다. 적어도 대충할 뜻은 없어 보였다. 심리적, 물리적 안정감을 줄 든든한 후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날 '패셔니스타' 박태환의 입소 패션은 하얀별 다섯개가 그려진 네이비 니트였다. 한눈에 시선을 끈 '사병'의 '별 패션'은 알고보니 팬들과의 약속이었다. "지난주 생일파티를 겸한 팬 미팅에서 선물로 받은 옷인데, 오늘 입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논산훈련소 앞까지 찾아온 소녀팬, 누나팬 30여 명이 '사나이' 박태환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논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