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축구'는 강했다. 원정의 부담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울산 현대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행 막차를 탔다. 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파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알힐랄과의 대회 8강 원정 2차전에서 4대0으로 이겼다. 홈 1차전에서 1대0 승리와 함께 합계 5대0으로 4강행 티켓을 따냈다. 4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다. 24일 원정 1차전을 펼친다. 홈 2차전은 31일 벌어진다.
사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비겨도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전반 24분, 대승의 신호탄이 올랐다. 이날의 히어로, 하피냐가 주인공이 됐다. 왼쪽 측면에서 이근호의 패스를 받아서는 지체없이 논스톱 왼발 슛을 날렸다. 벼락같은 슛은 상대 골키퍼에 맞고는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추가골까지 오래걸리지 않았다. 2분뒤 다시 한번 골망이 흔들렸다. 이번에도 하피냐였다. 수비수 2명을 뚫고 김승용이 넘겨준 패스였다. 쇄도하던 하피냐는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또 한번 논스톱 왼발 슛을 날렸다. 알힐랄은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한 기선제압의 선봉장이 된 하피냐는 전반 38분 교체됐다. 허벅지 안쪽 근육에 통증을 호소했다. 대신 마라냥이 나섰다. 제 몫을 200%이상 해 낸 주인공은 웃으면서 벤치로 나왔다.
울산의 파상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9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신욱이 마라냥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딩 슛으로 연결했다. 이어 후반 19분, 이근호가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김승용이 수비수 뒷쪽으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 골포스트 쪽으로 헤딩 슛을 날려 마무리를 지었다. 이후 울산은 완벽한 패스 플레이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철퇴축구의 위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경기였다. 비기기만 해도 됐지만 김 감독은 탁월한 용병술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우선 이근호를 측면에 넣고, 하피냐와 김신욱을 투톱에 세웠다. 이 선택은 하피냐의 두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하피냐를 대신해서 나선 마라냥도 제 몫을 다했다. 후반 9분에 터진 김신욱의 쐐기골을 도왔다.
결국 여유가 생긴 울산은 후반 25분 이 호 대신 김동석을, 후반 35분 이근호 대신 이승렬을 투입하며 무실점 대승을 거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