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
승자의 여유일까. 윤성효 수원 감독은 담담했다. 그러나 승리의 달콤함까지 숨기기는 힘들었다.
수원이 슈퍼매치에서 또 웃었다. 수원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서울과의 2012년 K-리그 34라운드에서 후반 5분 터진 오장은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2010년 8월 28일(4대2 승) 이후 이어온 서울전 연승의 기억을 7경기째로 늘렸다. 6경기 연속 무실점에 K-리그 최단기간 300승 달성 기록까지 겹경사가 터졌다. 한가위 연휴 끝자락에 종합선물세트를 제대로 받았다. 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준비했던 대로 잘 따라줬다"고 평했다. 최고의 찬사였다.
이번 만큼은 의견이 엇갈렸다. 수원이 서울을 만나면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규리그의 부진, 스플릿 시스템 그룹A 일정에서 엇갈린 행보, 이용래의 부상과 보스나의 퇴장 징계 등 악재가 산재했다. 수원의 서울전 연승 기록도 이번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비등했다. 그러나 또 다시 승리의 여신은 수원을 택했다. 윤 감독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수원이 서울에 왜 이렇게 강한 지)나도 잘 모르겠다." 해답은 평정심이었다. 윤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면 나부터 마음이 편해진다. 나부터 편한 마음을 갖고 경기를 준비하다보니 우리 선수들도 긴장을 덜 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큰 경기는 사소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리는 만큼, 작은 부분도 놓쳐서는 안되지만 항상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 할 뿐이다. 그동안 서울에 연승을 거두는데 무엇이 급하겠나, 수원다운 플레이를 해달라고 주문하는게 전부다"라고 필승비결을 설명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윤 감독은 "미드필드 장악이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대성이 빠진 서울 미드필드진은 특유의 섬세한 플레이를 살리지 못한 채 수원의 힘에 밀렸다. 윤 감독은 "미드필드 싸움이나 볼 점유율에서 앞선 경기를 하다보니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면서 "서울이나 우리 모두 더 많은 골이 나왔다면 좋았을 경기다. 사실 들어갈 것은 안들어가고 행운의 골이 들어갔다. 그것이 승패를 좌우했다"고 짚었다. 수원전에 유독 부진한 데얀에 대해서는 "우리 수비진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웃은 뒤 "데얀이 수원전 무득점에 심적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승점 59가 되면서 울산 현대(승점 57)를 밀어내고 3위 자리에 복귀했다. 하지만 선두 서울(승점 73)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윤 감독의 자신감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앞으로 10경기나 남아 있다. 지금 상황에서 (팀 순위가) 더 내려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하도록 하겠다"며 역전우승의 꿈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