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공문서 위조급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7일 터키 페네르바체에 대한배구협회(임태희 회장), 권광영 흥국생명 단장, 김연경이 합의한 문서를 보냈다. 이 합의서는 지난달 7일 작성됐다. 이 문서는 김연경의 원소속구단이 흥국생명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 이번 해외 진출 기간은 2년, 이후 국내리그에 복귀한다는 조항도 담겨있다. 다음으로 협회의 중재에 따라 구단과 선수가 서로 의견을 존중해 이적 구단을 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단, 국제기구나 법률적 판단이 완성될 경우 그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한글본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제목을 교묘하게 바꿨다. 기존 합의서 한글본의 제목은 '김연경 선수의 해외 진출에 대한 합의서'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영문으로 작성한 제목은 'The Final Decision by KVA on the International Transfer of Yeon Koung Kim(김연경 선수의 해외 진출에 대한 대한배구협회의 결정안)'이다. 제대로 된 번역이라면 'Agreement on the International Transfer of KIM Yeon-Koung'이 올바른 표현이다. 오역 소동으로 페네르바체는 혼란을 겪었다. 흥국생명이 합의 내용이 마치 KVA의 결정사항인 것처럼 번역한 문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엄연한 공문서 위조다. 흥국생명은 페네르바체에 중재기관인 KVA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이메일을 보냈다. 흥국생명 직원을 통해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번 행동은 국제적 망신을 떠나 협회와 연맹에서 나서 엄중히 처벌을 따져야 한다. 입장을 바꿔보자. 만약 김연경이 자신들의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면 협회와 연맹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사실 합의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삼자간 약속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흥국생명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KVA는 합의서를 내줬다. 당시 '김연경 사태'의 중재를 맡고 있는 박성민 부회장은 양측 모두에 합의서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흥국생명에 전달된 문서는 김연경에게 발송되지 않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지난 28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페네르바체에 합의서를 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말했다. 연휴 기간 말이 바뀌었다. 타 언론사에는 "(페네르바체에) 공문을 보낸 것은 맞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빨리 페네르바체에 전달하려다 보니 KVA가 (합의서의 내용을)결정했다는 부분과 혼선이 빚어져 번역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목을 제외하면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의도적인 행위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데이는 4일이다. 국제배구연맹(FIVB)는 지난 22일 김연경의 해외 진출건에 대한 1차 결론을 내렸다. '이번 이적에 관련된 당사자(선수, 페네르바체, 흥국생명)들에게 늦어도 2012년 10월 4일까지 우호적이고 상호 수락할 만한 해결책에 도달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KVA는 추석 연휴 기간 흥국생명과 김연경 선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전해들었다. 양측은 4일 만나 최종 입장을 나눈 뒤 공식 문서를 FIVB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