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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1 인터뷰]박석민 "유먼과 말이 안 통하니 풀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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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심타자 박석민(27)은 2012시즌 가장 눈부신 기량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선수다. 돌아온 홈런왕 이승엽(36)과 지난해 타격 3관왕 최형우(29)를 제치고 최강 삼성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은 지난 1일 LG를 꺾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함과 동시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박석민은 2일 현재 타율(0.312), 출루율(0.433), 타점(91개), 홈런(23개)에서 팀내 1위다. 전체로 따져도 타점과 출루율 2위, 타율 3위, 홈런 4위,득점 5위다.

그는 지난해 5월 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의 주인공이었다. 지난달 25일 박석민과 1년 4개월만에 다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타격감이 좋지 않고, 팀이 우승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맞지 않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이미 야구 선후배와 동료들이 박석민을 위한 질문을 해온 상황이었다. 박석민은 삼성의 우승이 결정된 후에 기사를 내보내달라고 조건을 달았다. 대신 그는 1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상무시절 새벽 2시만 되면 '라면예찬론'을 펼치며 야식을 먹곤 했는데, 요즘은 어떤 야식으로 건강과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지?(넥센 박병호, 박석민이 박병호 보다 한 해 선배)

▶왜 자꾸 그 얘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 군대 시절 불침번 서다가 딱 한 번 먹었다. 병호는 만날 때마다 그 얘기를 한다. 요즘은 경기 마치고 간단하게 먹는다. 메뉴가 항상 다르다. 회를 가장 좋아한다. 원정 경기를 갔을 경우는 회를 사 와서 먹는다. 대구 집에 있을 때는 아내가 만들어 주기도 하고, 사 먹기도 한다. 회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다.(박석민은 야식을 즐기는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싫은 눈치였다.)



-대구고 출신 중 KIA 이범호(31) 선배와 함께 최고 타자 중 한명이다. 박석민에게 이범호란.(넥센 손승락(30), 대구고 선배)

▶(이)범호형이랑 같이 운동은 안 했습니다. 4년차 선배입니다. 내가 봤던 대구고 선배 중 최고 타자라고 생각합니다. 범호형을 보면서 운동을 해왔습니다.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운동장에서 만나면 범호형이 자주 방망이를 챙겨줍니다.



-아들(준현)이 공부와 운동 중에 어느 쪽에 조금 더 재능이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공부에 소질이 있다면 무엇이 됐으면 좋겠는지, 운동에 소질이 있다면 어떤 종목을 시키고 싶은지 아버지의 입장으로 답변해달라. 올스타전 때 네가 내 딸 화리(7)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모습을 봤다. 미래를 생각하는건가.(롯데 홍성흔)

▶아들이 확실히 공부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야구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야구가 소질이 없다면 골프 쪽으로 밀어주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올스타전 때 봤는데 화리가 너무 예뻤어요. 우리 아들이 커서 그런 며느리감을 데려오면 '땡큐'죠. 외모 뿐 아니라 화리가 착하게 잘 커준다면 나중에 생각해보겠습니다.(우 하하)



-저번에 정말 친한 친구에게 배트 하나 주는 것을 매우 아까워하는 것을 봤다. 정말 우리 사이에 배트 하나 주는 것이 그렇게 아까웠나.(롯데 강민호)

▶솔직히 아깝지는 않다. 내가 지난 번 일본에 손가락 통증 완화 주사를 맞으려갔을 때 민호가 우리 쪽에 와서 제 방망이를 가져갔다. 그 당시에 나도 쓸게 3자루 밖에 안 됐다. 그런 상황에서 한 자루를 가져가니까. 아깝지는 않지만 내가 칠게 없으니까 그랬던 거다.



-아들 준현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아기를 더 낳을 계획이 있나요. 딸을 낳고 싶지는 않습니까.(LG 정의윤)

▶아기는 3명을 낳고 싶다. 가질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딸을 낳고 싶다. 백화점에 가면 여자 애들 예쁜 옷이 참 많다. 그런데 딸이 태어났는데 나를 닮으면 왠지 미안할 것 같다. 사내는 아무렇게라도 키우면 되는데 딸은 인물이 좀 받쳐주어야 하는 것 같다. 나를 닮을까봐 좀 마음에 걸리네요.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스윙을 크게 막 가져가는 모습도 있는데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콤팩트하게 조이는 듯한 스윙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노림수로 투수를 공략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성공비율도 높다. 노림수의 비법은.(두산 노경은)

▶노림수 갖고 있습니다. 투수에 따라 다릅니다. 이번 시즌에 노경은 선배 공을 잘 쳤지요. 제 스윙 궤도랑 경은이 형 공 궤적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공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일 때는 노림수 보다는 직구를 보고 있다가 날아오는 구질에 따라 대처합니다.



-나는 가벼운 배트를 쓴다. 그런데 석민이는 34인치 무거운 배트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무거운 배트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리고 무거운 배트를 잘 다루는 비결은.(두산 윤석민)

▶2009년 초반까지 가벼운 걸 썼다. 그때 2군 내려가서 (이)대호형이 쓴다는 930g짜리로 올려봤다. 비거리가 잘 나오더라. 그 이후로는 무거운 걸 쓴다. 가벼운 걸 못쓰겠더라. 요즘은 컨디션에 따라 920g~940g 사이를 오간다. 800g대로는 절대 안 내려간다.(박석민과 윤석민은 1985년 동기생이다. 서로 경기장에서 보면 인사하는 정도다. 박석민은 윤석민이 인창고 1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홈런를 치는 걸 보고 힘이 장사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석민 팬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나도 석민이가 재미있고 유쾌해서 참 좋아한다. 본인이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SK 안치용)

▶그건 치용이형 생각일 뿐일겁니다. 투수 입장에선 저를 안 좋게 생각하는 선수가 있을 겁니다. 전부가 날 좋게 볼수는 없어요. 치용이 형하고는 연결 고리가 없지만 야구장에서 인사도 하고 잘 지내는 것 같아요. 형님도 성격이 많이 특이하잖아요.(박장대소) (기자는 지난 8월 4일 삼성-롯데전에서 박석민과 롯데 좌완 유먼이 신경전이 있었던 게 궁금해서 추가 질문을 해봤다. 박석민은 타석에서 가끔 왼 다리를 들고 방망이를 두세 바퀴 돌리는 루틴 동작을 한다. 유먼은 그런 동작이 자신의 투구 타이밍을 무너트린다며 신경질을 냈다. "유먼하고는 잘 풀었나요" 박석민은 "경기장에서 타자인 나는 내걸 하고 있는데 유먼이 막 던지려고 해서 한발 뺀 거다. 말이 안 통하니까 풀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나도 상무 시절 경험했던 야구가 지금의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SK 박정권)

▶상무 갔다온게 터닝포인트입니다. 상무 갔다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1,2군 오갈 가능성이 높죠. 상무가서 경기 자주 나가면서 나무 배트에 적응된 것 같아요.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 못 잡으면 군대를 빨리 갔다오는게 좋아요. 요즘은 후배들에게 군입대를 권합니다.



-석민아, 우리 둘다 돼지라고 부르는데 너가 나보다 더 돼지 같은데 혹시 너 돼지인거 회피하려고 나한테 돼지라고 하는 거 아니니.(삼성 최형우)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듯한 표정으로) 참 어이가 없습니다. 난 돼지인거 인정합니다. 난 형우형을 '뚱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형이랑 나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솔직하게 체중은 형우형이 더 나갑니다. 그런데 형은 자기가 키가 조금 더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한국야구위원회에 등록된 두 선수의 체중과 키를 알려주었다. 최형우는 1m79에 86㎏이고, 박석민은 1m78에 88㎏이다. 박석민은 그 데이터를 듣고는 "형우형은 그 자료에 몸무게 10~15㎏을 더 해야 한다. 나는 8~10㎏을 플러스 하면 실제 체중이다"고 말했다.)



-늘 야구장에서 활력이 넘치시고, 또 재미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시는데 그게 팬서비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야구하는 것이 즐겁고 유쾌한 건지 궁금합니다.(KIA 김선빈)

▶팬서비스는 아니다. 나는 야구장에서 경기에 집중력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야구 선수 중 니 만큼 걱정없이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는 나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작년부터 홈런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노림수가 좋아졌는지,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니면 타석에서 편해졌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요.(한화 류현진)

▶질문이 잘못 된 거 같다. 작년에 홈런 15개 밖에 못 쳤는데.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이 난 건 왼손가락이 아프지 않았던 게 제일 큰 거 같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삼성의 중심타자로 계속 꾸준히 나간다면 이 정도는 당연히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에 너무 잘 풀려서 야구에 대한 예의가 없어졌던 것 같다. 100타점 그냥 넘어설 줄 알았다. '타점 찬스 때 뭐 있나. 그냥 치면 되지.' 그런 생각이었다. 요즘은 야구가 참 어렵다. 지금 내가 벌받고 있는 거 같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