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질주중인 FC서울(승점 70), 승점 5점차로 그 뒤를 쫓고 있는 2위 전북(승점 65), 대반란을 꿈꾸는 3위 울산(승점 57)과 4위 수원(승점 56). '빅4'가 교차, 충돌한다.
서울은 26일 오후 7시30분 원정에서 울산과, 전북은 이날 오후 7시 안방에서 수원과 격돌한다. 선두권 전쟁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서울과 전북이 승리하면 양강 체제가 공고해진다. 반면 울산과 수원이 승점 3점을 거머쥐면 판도가 요동친다. 서울과 전북의 희비가 엇갈릴 경우 그림은 또 달라진다. 서울이 웃고, 전북이 울면, 서울의 독주 구도가 구축된다. 반대가 되면 두 팀의 승점 차는 2점으로 줄어들면서 초접전의 살얼음판 1위 경쟁이 시작된다. 물고, 물리는 상황은 울산과 수원도 마찬가지다. 선두권 싸움의 분수령이다. '빅4'의 전쟁을 앞두고 두 경기를 입체, 분석했다.
▶[울산-서울]전력은 서울이 우세하지만…
김호곤 울산 감독(61)과 최용수 서울 감독(41)은 사제지간이다. 김 감독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호칭은 세월이 흘러도, 지위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다. "샘"이고, "용수야"다. 최 감독이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김 감독은 백전노장이다. 제자는 스승과의 대결이 버거웠다.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닥뜨렸지만 1대3으로 완패했다. 올시즌 두 차례 대결에선 2무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최 감독은 "이번만은", 김 감독은 "이번에도"라며 양보없는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객관적인 공격 전력은 서울이 박빙 우세하지만 변수는 있다. 2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득점 1위(24골)를 달리고 있는 데얀의 골결정력이 물이 올랐다. 도움 1위(15개) 몰리나와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세한 에스쿠데로의 파괴력도 매섭다. 최태욱은 3경기 연속 도움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울산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부산전에서 이근호를 아꼈다. 그는 배후침투로 활로를 뚫는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적장인 최 감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공중볼 장악 능력에다 발기술도 뛰어나다. 하피냐와 마라냥도 한 칼을 갖고 있다. 어느 팀이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대성과 고명진이 포진한 서울, 에스티벤이 키를 쥐고 울산의 중원도 초접전이다. 하대성과 고명진은 공격, 에스티벤은 수비에 무게를 두며 공수 가교역할을 한다. 에스티벤의 파트너로 이 호냐, 김동석이냐에 따라 색깔은 또 바뀐다. 이 호는 수비, 김동석은 공격력이 예리하다. 수비라인은 명성에서는 울산, 흐름은 서울이 우세하다. 울산 이재성이 허벅지 근육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큰 누수는 없다. 최강희호의 주장 곽태휘가 건재하다. 강민수와 군에서 제대한 김치곤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 리그 최소 실점(30골, 울산 34골)을 자랑하는 서울은 아디-김진규-김주영-고요한으로 이어지는 포백이 안정돼 있다. 김용대(서울)와 김영광(울산), 수문장 대결도 격차가 없다. 울산과 서울의 빅뱅, 손에 땀을 쥐는 혈전이 전망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전북-수원]부상 선수, 누가 잘 대체하나?
전북의 탄탄한 수비는 '닥치고 공격(닥공)'의 숨은 원동력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취약점이 됐다. 조성환 임유환 등 중앙 수비자원들이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체 선수는 심우연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호주 출신 윌킨슨이다. 그러나 윌킨슨은 아직 K-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심우연의 파트너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이 될 전망이다. 스플릿 이후 두 경기에서 호흡을 맞추며 2연승을 이끌었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이흥실 전북 감독이다. 그래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수원의 라돈치치와 스테보의 파워풀한 공격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김정우의 짝이 정 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의 핵' 에닝요도 부상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전에서 뛰길 원했지만 경기감각 우려로 수원전을 복귀 무대로 삼았다. 몸 상태에 따라 선발 출전 또는 좌우 측면을 담당할 레오나르도와 드로겟의 교체자원으로 활용될 듯하다. 원톱은 부동이다. '기록의 파괴자' 이동국이다. 골을 터뜨리는 동시에 K-리그 개인 최다 골 역사는 새로 쓰인다. 이동국은 경남전에서 개인 통산 130골 고지에 올랐다.
3위 울산을 턱밑까지 쫓아간 수원도 부상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입장이다. 이용래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만능 열쇠' 오장은이 이용래의 빈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불안감은 상존한다. 오장은도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지 채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에벨톤C도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수원이 반드시 전북을 꺾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녹색 공포증(Green Phobia)'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9월 이후 전북에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에 허덕이고 있다. 또 하나의 이슈 포인트는 '서정진 더비'다. 올시즌 전북에서 라이벌 수원으로 둥지를 옮긴 서정진이 친정팀을 상대로 보일 맹활약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