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의 2012 시즌이 저물고 있습니다. 올 시즌은 프로 4년차 오지환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긴 해입니다. 107안타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으며 타율 또한 0.247로 2010년의 0.241보다 낫습니다. 무엇보다 롯데 황재균, 넥센 박병호와 함께 8개 구단을 통틀어 단 3명밖에 없는 전 경기 출전 선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올 시즌 전반기에 주로 하위 타선에서 출전했던 오지환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1번 타자로 고정 배치되었습니다. 이대형의 극도의 부진과 이병규, 박용택 등 베테랑들의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1번 타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짜낸 LG 김기태 감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지환은 1번 타자로서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빠른 카운트에서 성급하게 승부하기보다 상대 투수의 공을 오래 고르며 출루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변모한 것입니다. 후반기 첫 경기인 7월 24일 잠실 두산전 이후 8월말까지 오지환은 0.289의 좋은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1번 타자는 오지환에게 있어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팀을 위해 출루를 중시하는 1번 타자로 출전하며 오지환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장타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올 시즌 오지환이 터뜨린 12개의 홈런 중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기록한 것은 4개입니다. 오지환이 전반기에 7번 타순에서 터뜨린 홈런의 개수 4개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1번 타자로서 178타수, 7번 타자로서는 88타수를 소화해 타수에 따른 홈런의 개수를 감안하면 1번 타자일 때보다 7번 타자일 때 홈런을 터뜨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는 의미입니다.
타순 별 홈런의 개수를 파고들어도 상위 타선에서 터뜨린 홈런은 5개이며 하위 타선에서 터뜨린 홈런의 개수는 7개로 하위 타선일 때가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부담 없이 타격할 수 있는 하위 타선이 오지환에게는 홈런을 터뜨리기 유리했던 것입니다.
특히 9월 들어 오지환의 장타력이 급감하고 있는데 2루타와 홈런은 단 1개도 없으며 3루타 1개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어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장타가 감소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1번 타자로서 출루를 중시하는 스타일의 변화가 장타력 감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LG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포 유망주가 LG를 떠난 이후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리그를 호령하는 대형 타자로 만개한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잠실야구장이 홈런을 치기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삼진을 적게 당하고 출루를 중시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홈런 타자로서 만개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LG가 현재 보유한 20대 타자 중에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두 시즌이나 기록하며 홈런 타자로서의 잠재력을 분명히 입증한 오지환을 출루를 중시하는 1번 타자로 육성하는 것은 엄청난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LG 타선에서 3할을 칠 타자는 적지 않으며 1번 타자에 적합한 선수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LG 타선에서 20홈런을 쳐줄 타자라면 오지환이 단연 첫손이며 나머지 타자들 중에서는 선뜻 꼽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올 시즌 1번 타자를 경험한 것은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겠지만 그것이 오지환이 나가야 할 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오지환에게 어울리는 것은 3할 타율이 아니라 20홈런이, 아니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