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대형에게 2011년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2007년 데뷔 첫 3할 타율(0.307)과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화려하게 각광받은 이후 2011년은 최악의 기록을 남긴 시즌이었습니다. 타율도 0.249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으며 4년 연속 차지했던 도루왕 타이틀은 두산 오재원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이대형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습니다. 2011년 5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발목 부상을 입었으며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출전 경기 수도 104경기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대형의 진정한 악몽은 2012년입니다. 타율은 0.167로 1할 대에서 허덕였습니다. 특별한 부상이 없었지만 부진으로 인해 두 번이나 2군행을 지시받았습니다. 실전에만 돌입하면 하체가 흔들리는 타격 자세의 약점이 반복 노출되자 과묵한 김무관 타격 코치조차 이대형에 대해 언론에 쓴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대형의 따 놓은 당상과도 같았던 LG의 중견수 자리는 베테랑 이병규와 박용택이 번갈아 맡았고 상무 전역 2년차에 접어든 정의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대형의 입지는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9월 들어 이대형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9월 8일 잠실 KIA전에서 4:4로 맞선 12회말 선두 타자로 등장한 이대형은 마무리 최향남으로부터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타구를 터뜨린 뒤 최대 장점인 빠른 발로 3루까지 내달려 무사 3루의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대형은 후속 타자 김용의의 희생 플라이로 홈으로 생환해 끝내기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이대형은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전 안타로 다시 한 번 KIA를 패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틀 연속 이대형의 연장 활약에 힘입어 LG는 KIA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고 KIA는 4강에서 멀어졌습니다.
이대형의 경기 종반 활약은 9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9회초 6:3으로 뒤진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LG가 6:5까지 추격하게 된 것입니다. 아쉽게도 LG는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패배했지만 만일 후속 타자들이 제 역할을 했다면 LG는 극적인 역전승을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경기 종반 활약이 계속되자 김기태 감독은 최근 이대형의 선발 출전 기회를 늘리고 있습니다. 9월 들어 이대형은 0.208의 타율을 기록 중인데 4월의 0.222를 제외하면 가장 나은 월간 타율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삼진과 볼넷의 비율입니다. 이대형은 올 시즌 25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49개의 삼진을 당해 삼진이 볼넷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9월 들어서는 5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4개의 삼진밖에 당하지 않았습니다. 월간 기록을 살펴보면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은 것은 9월이 처음입니다.
어제 사직 롯데전에서 2번 타자로 출전한 이대형은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테이블 세터에 걸맞게 두 번의 출루를 기록했습니다. 8회초 잘 맞은 안타성 타구가 3루수 황재균의 다이빙 캐치에 걸리지 않았다면 멀티 히트를 기록했을 것입니다. 하체가 흔들리는 약점이 상당히 개선된 것이 타구 질 향상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4번의 타석 중 2번의 타석에서 풀 카운트 승부를 펼치며 끈질긴 선구안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부활하고 있는 이대형입니다.
LG가 10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현재 이대형은 남은 경기에서 4할 타율 이상을 기록해야만 시즌 타율을 2할 대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 시즌 이대형은 아쉽게도 1할 대 타율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대형이 시즌 막판 수정된 타격 자세에 적응한 모습을 실전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내년 시즌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