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인천 영종도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드라마 '신의'(SBS) 세트장. 연출을 맡은 김종학 감독은 생각에 잠긴 채 느릿느릿 세트장을 돌아다녔다. 고려 공민왕(류덕환)과 그를 호위하는 우달치의 대장 최영(이민호), 그리고 그가 현대에서 데려온 성형 전문의 은수(김희선)는 대본 '열공' 모드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선 고려를 꿀꺽 삼키려는 야망의 남자 기철(유오성)과 노국공주의 호위상궁인 최상궁(김미경)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근데 김희선이 화타인가요?" 관계자들을 붙잡고 물었다. 다들 웃기만 할 뿐 모르쇠다. 송지나 작가의 역사 판타지는 과연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고려무사 이민호와 하늘 의사 김희선의 촬영 현장을 하이컷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촬영은 강화군수(김종수)와 기철이 공민왕 앞에서 친국(심문)을 받는 장면. 어좌에 앉은 류덕환은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도 허리와 목을 일자로 곧게 편 채 왕의 위엄을 유지하는 모습. 이민호는 이날따라 유독 긴 대사에 애를 먹는 표정. 김희선이 "민호 대사 안외워져서 힘들구나"라고 하자 옆에 있던 류덕환은 "완도 촬영 때부터 장난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극중에선 마주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최영과 은수, 하지만 촬영 중간중간엔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대본 연습을 하고, 때론 몸싸움(?)을 벌이는 영락없는 절친 사이.
고려 무사의 갑옷을 입은 이민호는 한층 듬직해 보였다. 배우들이 입는 갑옷은 한국에서 디자인을 해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온다. 겉보기엔 철갑옷 같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재질이고 단추나 지퍼가 아닌 찍찍이로 탈착을 하게끔 돼 있었다. 오랜 시간 입고 있기에는 무겁고 투박해 보였다. 갑옷을 입을 땐 3명의 스태프가 옆에서 달라붙어 벨트를 채워주고 옷매무새를 만져줬다.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사진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