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의 K-리그 잔여시즌 보이콧으로 상대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빠졌다.
스플릿시스템이 첫 작동된 K-리그 31라운드에서는 대구가 희생양이었다. 상주와의 홈경기를 준비하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으나 티켓 환불은 물론 경기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을 거느라 추가비용까지 지출해야 했다.
32라운는 상주의 안방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상대였던 전남은 대구와는 또 다른 셈 계산법으로 상주전 경기 무산의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단의 경기 감각 유지 문제. 하석주 전남 감독은 "3주간 휴식기 이후 1경기 치르고 다시 10일 넘게 쉬어야 하는 일정이다. 선수들의 몸상태는 1주일에 한 경기씩 해야 가장 좋게 유지가 된다"고 했다. 15일 광주전(1대1 무) 이후 27일 대전 원정경기까지 12일을 쉬어야 하는 전남은 상주전을 대신해 연습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 감독은 또 다른 셈법을 꺼내 들었다. 상주전이 주중에 잡혔느냐, 주말에 잡혔느냐에 따라 팀들마다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를 것이라는 것. "주중 경기가 잡혔던 팀은 웃을 수 있다. 주말과 주중경기를 동시에 치르면 10일에 3경기를 치르게 된다. 주중 경기를 패스하면 체력적으로 유리할 수 있으니 주중 경기 일정이 잡혔던 팀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하 감독의 셈법대로라면 가장 이득을 보는 팀은 인천이다. 인천은 9월 26일과 11월 28일 두 번의 상주전을 모두 주중에 치른다. 성남(10월 3일)과 대전(11월 21일)이 한 차례씩 주중에 상주전이 잡혀 있다.
가뜩이나 꼴찌 전쟁으로 김이 빠진 하위리그 그룹B는 상무 사태로 어수선하기만 하다. 하 감독은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구단이나 감독입장에서는 강등 걱정을 덜어 좋은 건 사실이다"면서도 "상무가 같이 리그를 시작한 만큼 같이 끝까지 함께 갔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팬들이다. 그룹 B의 흥행포인트가 강등 경쟁인데 상무의 결정으로 김이 빠지면서 팬들도 함께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