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배구스타' 한유미(30·KGC인삼공사)가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한유미는 지난달 26일 2012년 수원컵 프로배구대회를 끝으로 구단에 은퇴 계획을 밝혔다. 결혼 준비가 은퇴의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미는 지난 6월 인삼공사와 새시즌 계약을 할 때도 결혼을 염두해뒀다. 인삼공사 측은 "올시즌까지만 뛰어달라"며 은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한유미의 의지는 확고했다. 구단도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한유미가 런던올림픽 이후 컵대회는 소화했지만 또 다시 AVC컵 대표로 차출됐다. 소속팀 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새시즌을 위해선 이미 현역 은퇴의 마음을 굳힌 한유미를 포기해야 했다.
특히 한유미는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은퇴 의사를 드러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회원수 몇 안되는 제 카페에 먼저 글 올리고. 구단과 얘기는 이미 코보컵이 끝나고 했구요. 같이 올림픽갔던 선수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구요. 계속 경기다니느라 아직까지 말씀을 못드렸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한유미의 배구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경기도 오산의 성호초 시절 한유미는 '키가 많이 성장할 것 같은 어린이'에 뽑혀 배구부에 들어갔다. 자의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배구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속담처럼 친구를 따라 배구공을 만지다 놀면서 배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예상과 달리 수원 수일여자중 1학년 때까지 키가 작았다. 힘도 부족해 공을 상대편 코트로 넘기지도 못했다. 볼만 줍던 한유미는 2학년 때 키가 부쩍 자라면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쑥쑥 성장해 '연봉퀸'의 자리에 올랐다. 프로배구 여자부에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된 2007년, 1억2000만원을 찍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의리를 지켰다. FA 자격을 취득한 세터 이숙자와 센터 정대영이 GS칼텍스로 자리를 옮긴 반면 한유미는 잔류를 택했다. 순식간에 팀 내 고참이 된 한유미에게 팀은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선수에겐 부담이었다.
그런데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팀이 연패를 거듭한 끝에 2007~2008시즌을 꼴찌로 마감했다.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경기장에 나가는 것조차 창피했다. 심지어 경기 중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이후 자신이 팀 내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적어졌다. 좋은 용병(케니)과 센터 양효진의 기량 향상이 돋보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퇴보되던 자신의 기량이었다. 자존심이 강했던 한유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해외진출을 노렸다. 외국에 나가면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다. 도피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리그팀과 계약을 앞두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국내에서 다시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미 구단과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 있었다. 결국 한유미는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무적선수가 됐다. 지난해 순식간에 무직자로 전락했지만 한유미는 더 바빴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영어학원,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수업을 들었다.
방황은 길지 않았다. 1년 만에 코트로 복귀했다. 인삼공사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지난시즌 안정된 서브 리시브와 수비로 인삼공사의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은퇴 직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창조했다. 동생 한송이(GS칼텍스)와 함께 일군 환희라 더 기뻤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자신의 배구 인생에서 해외진출의 오점 빼곤 다 이뤘다. 이젠 '여자' 한유미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회계사로 알려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