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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 화제는 되는데 시청률은 굴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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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가 연일 시청률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작은 화려했다. 에프엑스 설리와 샤이니 민호를 주축으로 제국의아이들 황광희, 이현우, 김지원, 서준영 등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들과 청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워 지난달 15일 7.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수직 하락, 평균 시청률 5%대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리의 남장, 민호의 분노 양치질, 눈맞춤 윗몸 일으키기 등 온라인 상에서 수많은 화제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화제성에 비해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아그대'의 굴욕은 어떻게 된 일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재희(설리)는 강태준(민호)을 돕기 위해 여자의 몸으로 남자 학교에 전학와 기숙사 생활까지 하는 당찬 캐릭터다. 그러나 점점 초반의 능동적인 캐릭터를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염전 사건'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위험에 처하고, 강태준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고 있다. 또 강태준에게 끊임없이 "높이뛰기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 강태준이 높이뛰기를 다시 시작하자 그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덕분에 강태준은 구재희가 여자라는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로 변해버렸다.

차은결(이현우)의 캐릭터도 애매하다. 구재희에게 반해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다른 여자를 만났다가 다시 구재희에게 돌아가는 일의 반복이다. 원작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키우는 열쇠가 됐던 중요한 캐릭터로서의 모습은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 설한나(김주원) 캐릭터는 '짜증 유발제'로 변질된지 오래다. 스스로를 "국민 여동생"이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체조요정이지만, 연습을 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다. 수시로 다른 남자 학교에 찾아오고, 기숙사에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강태준 스토커' 같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강태준은 망가진 화장실 문을 몰래 고쳐주는 등 구재희가 여자라는 비밀을 숨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구재희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백기사처럼 등장하면서도 데이트 약속은 잊어버린다. 항상 구재희를 '구질구질'이라 부르며 화를 내지만, 화를 내는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스킨십에는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구재희 꺼져", "구재희 남아있어"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텐트신' '유성신' 등 구재희와 강태준 사이에서 교감을 나눌 법한 장면에서는 뜬금없이 차은결이 등장하거나, 강태준이 사라진다. 구재희의 감정 변화도 눈치채기 어렵다. 초반 저돌적으로 강태준에게 다가갔던 모습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남자가 얼굴을 씻겨줘도 무덤덤하다. 그러면서도 차은결에게는 쉽게 기댄다.

대신 차은결의 상황은 다르다. 구재희에 대한 마음을 굳히기까지의 과정은 과거 회상신, 미래 상상신까지 더해져 세밀하게 묘사되고 감정 변화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남녀주인공은 평범한 학교 친구같은 생활을 하다가 뜬금없는 로맨스를 한 두 차례 키우고, 오히려 차은결과의 에피소드에 무게가 실리는 구조는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남녀주인공의 감정선이 제대로 살아났을 때는 주변 인물들과의 인간관계가 극의 긴장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 상황이 됐을 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의견이 많다.

극의 흐름을 끊는 실수들도 발견된다. 염전에서는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서까지 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던 구재희가 휴대폰을 산 뒤 갑자기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묻는 스토리 상의 문제나 등장인물들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것처럼 화면에 보이는 모습 같은 단편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OST의 남용이다. OST는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도구다. 그래서 인물 별로, 상황 별로 OST 테마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아그대'에서는 강태준 테마곡이 차은결 등장신에서 사용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실망을 안기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