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의 2부리그 강제 갈등, 잔여시즌 보이콧 결정으로 애꿎은 희생자만 속출하고 있다.
올시즌 상주 상무의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강제 갈등, 보이콧 결정이라는 2연타를 맞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창원에서 진행된 전지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한 박 감독은 부대, 상주와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 감독은 "15일에 부대에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선수단과 부대에 들어가 부대와 상주의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잔여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박 감독은 "갑자기 실직자 비슷하게 된 느낌이다. 일단 부대에서 선수단 훈련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시즌 상주와 1년 계약한 박 감독의 내년 시즌 행보도 불투명하다. 박 감독은 국군체육부대 축구단 사상 처음으로 민간인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군무원 신분이 아니라 1년 계약이 끝나면 국군체육부대에 남을 필요가 없다. 상무가 내년 시즌 2부리그에 참가하지 않고 아마추어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상무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단, 상주와 계약 관계에 있는 만큼 상주와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얘기는 지금 하는게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25명의 선수단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상주측 관계자는 "창원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선수단도 사태 추이를 살펴봤다. 분위기가 떨어져 있는게 사실이지만 부대에 복귀해 묵묵히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9월 초 16명의 선수들이 전역한 뒤 남은 25명 중 21명은 2013년 말이 돼야 전역한다. 올해 7월 입대한 이상협 최철순 안일주 등은 2014년 4월까지 상무 소속이다. 올시즌 보이콧은 차치하더라도 프로선수들인 이들이 내년 시즌부터 아마추어무대에서 뛰어야 할 상황이다. 프로경기에 뛰면서 경기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상무에 입대한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올시즌 상무에 입대하려 했던 프로 선수들도 불안감에 빠져 있다. 상무는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는다. 국군체육부대가 내년 시즌 아마추어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아마추어와 함께 프로선수들도 계속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기력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프로 선수들의 지원이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이미 상무 지원을 계획하던 이근호(울산)가 경찰청 입대로 돌아섰다. 이밖에 상무 입대 지원이 유력하던 10여명의 프로 선수들이 24일까지 고민을 거듭하며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 강등과 보이콧 후폭풍이 감독과 선수단에 몰아치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