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냐, 아니면 개혁이냐?'
그동안 게임계로부터 큰 원성을 받아왔던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발전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국회에선 민주당 전병헌 의원 주최로 '게임물등급위원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 의원을 비롯해 게임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박순태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이수명 게임콘텐츠산업과장,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 게임위 전창준 정책지원부장 등이 참석해 게임위의 개편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게임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향후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게임위의 등급 분류 심의 기능을 대부분 민간으로 이양한 후 게임위는 사후관리에 집중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전 의원은 올해말까지로 연장된 게임위로의 예산 지원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아 폐지 수순을 밟는 동시에 사후관리는 문화부의 책임하에 새로운 조직에서 담당하는 의원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문화부는 게임위를 게임물위원회로 변경시켜 아케이드 게임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심의 기능은 남기고 사후관리도 전담케 하는다는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전 의원은 "한시적인 조직으로 2008년을 기점으로 등급 분류 심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 지난해까지 세차례나 예산이 연장되며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며 "권력 집중으로 인한 각종 부조리 발생에다 불투명한 심사 과정 등 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임위는 약속대로 해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문화콘텐츠의 사전 검열을 통해 창작욕을 저해할 뿐 아니라 부실한 사후관리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화부의 개정안은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 없는 면피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임위 심의위원 출신으로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현 전 세종대 교수는 "입법과 사법, 행정 기능이 게임위에 집중됐고 심의위원들의 전문성도 부족하다. 또 불합리한 기술심의, 게임업계에 대한 권위주의적인 자세 등 게임위는 복합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모인 협의회를 통해 공정한 심의기준을 제정하고, 사행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며 등급분류의 민간이양, 사업장에서의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징벌해 사후관리의 실효성 확보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도 "등급 분류의 민간 이양을 잘 준비하고 있다. 게임은 국경을 초월하고 융합적인 콘텐츠이므로 전세계적으로 공통 심의 기준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트렌드도 등급 분류는 민간의 영역"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심의는 정부의 영역이라는 관념에 갖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 전창준 부장은 "게임위가 심의와 사후 사행성 관리 등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문화부 박순태 실장은 "게임위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겸허히 수용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 다만 사행성 우려로 인해 아케이드 게임 심의에 대한 민간 이양은 아직 시기상조라 본다"고 설명했다.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위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게임위가 아케이드 게임의 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불법게임물의 창궐을 막아내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개혁보다는 당초 입법취지대로 해체의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