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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첫 승' 유상철 감독 "시즌 개막전 치른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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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전 치른 것 같은 기분이에요."

스플릿의 문이 열렸다. 우열반을 나눠서 리그를 치르는 것은 K-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첫 경험에 대한 기분이 궁금했다. 유상철 대전 감독은 15일 성남과 경기를 한 스플릿 첫날을 시즌 개막전 치르는 느낌과 같다고 했다. 그는 "리그 자체가 연장되는건데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마치 3월 개막전을 치렀을때와 같은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는 개막전과 확연히 달랐다고 했다. 강등이라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그룹B에 속했다. 그룹B는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주와 함께 가장 성적이 나쁜 팀이 2부리그로 떨어진다. 아무래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그룹A가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면, 강등이 결정되는 그룹B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게 관건이다. 유 감독은 "가장 큰 딜레마다. 미팅에서도 '강등제가 없었다면 최하위를 하더라도 개개인의 수준을 올려주는 축구를 했을 것이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지지 않고 비겨서라도 승점 1점을 따야 하니까 내가 추구하는 축구 색깔과 다른 길을 가야만 한다. 수비쪽에 강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대전은 성남전에서 리드를 잡자 공격보다는 수비 위주의 교체 카드를 썼다. 그는 "6개팀끼리 물고 물리는 분위기라 한게임을 내준다면 승점 3점 이상의 데미지를 입게 된다"고 했다.

다행히 대전은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성남 원정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대전의 올시즌 첫 역전승이다. 유 감독은 "목포 전지훈련의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후반 들어 실점하는 부분이 많아서 체력 훈련 위주로 진행을 했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스플릿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무래도 비슷한 수준의 팀들이 모인만큼 분위기가 중요하다. 하위권팀들은 이기는 습관이 부족하다. 그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상승곡선을 그리기 쉽다"며 "첫게임 이기고 나니까 라커룸에서 선수들의 자신감이나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유 감독은 확실한 잔류를 위해 12경기 중 반타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홈에서 하는 경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했다. 성남전 승리로 한경기에 여유를 갖게 됐다. 유 감독은 "9위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지만, 우리의 현실적인 목표는 잔류다. 6승은 잔류의 확실한 승점이다. 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대전의 잔류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