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자리였다. 지난 4월 김봉길 감독이 허정무 감독을 대신해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2008년부터 인천에 몸을 담았지만, 그를 눈여겨보는 이는 없었다. 이미 한 차례 감독대행 시절 5연패의 치욕을 맛봤다. 팬들은 허 감독의 빈 자리를 새 감독으로 채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허 감독을 보좌했던 김 감독의 성공 여부를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김 감독은 마음을 열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제자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허 감독이 떠나던 때 자신도 언제든 옷을 벗을 각오를 했다. 흔들리는 팀을 잘 추스르고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제자들을 돌보고 거친 외풍에는 아버지와 같은 담대함으로 맞섰다. 무너질 듯 하던 인천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거침없는 5연승 행진으로 강자들이 득실대는 스플릿 시스템 그룹A 자리까지 넘봤다. 모두가 인천의 성공을 노래했다. 마지막 순간 제주 유나이티드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1만4000여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정규리그에서 그들이 보여준 투혼은 새로운 희망과 같았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인천 팬들도 김 감독에게 마음을 열었다. 1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그룹B 첫 경기에서 인천 서포터스 '미추홀보이스' 회원들이 김 감독을 찾았다. 이들의 손에는 정장 한 벌이 들려 있었다. 비록 그룹A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절망에 빠져 있던 인천을 일으켜 세운 김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번듯한 선물을 마련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때 제자들에게 받은 '신뢰의 정장'과는 또 다른 의미 깊은 선물이었다. 김 감독은 "옷이 없어보였는지, 올해 정장 복이 좀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너무도 감사하고 한편으른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남은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심전심이다.
인천은 강원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36분 터진 한교원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1 승리를 거뒀다. 승점 41이 된 인천은 상주 상무의 잔여일정 보이콧으로 승점 3을 얻은 대구FC(승점 39)와의 승점차를 4로 벌리면서 그룹B 선두 자리 수성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최하위에 그쳤던 강원(승점 25)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정규리그부터 이어진 연패기록도 5경기째로 늘어났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