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스플릿시스템의 뚜껑이 마침내 열렸다.
20일간의 쉼표 후 맞은 세상은 달라졌다. 노는 물이 나뉘어졌다. 생소한 환경에 분위기도 엇갈렸다. 우승의 부푼 꿈을 머금은 그룹A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면 강등 경쟁을 펼치는 그룹B는 진이 빠졌다. 상주 상무 문제까지 겹치면서 어수선했다. 상주는 성적에 관계없이 내년 시즌 2부 리그 강등 결정에 반발하며 잔여 경기를 보이콧했다. 16일 벌어질 예정이었던 대구-상주전은 2대0, 대구의 승리로 처리됐다.
"매경기가 결승전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사령탑들의 출사표는 동색이었다. 태풍 '산바'의 북상으로 16일 부산-서울, 제주-전북전은 굵은 빗줄기속에 열렸다. 그룹A는 명불허전이었다. 집중력과 집념은 무서웠다. 4경기는 모두 명암이 엇갈렸다.
'빅3'가 재편됐다. 서울-전북-울산이 자리했다. 서울과 전북의 2강 체제는 더 공고해졌다. 선두를 질주 중인 서울은 고비에서 무려 6년간 이어져 온 부산 원정 징크스를 훌훌 털어냈다. 적지에서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의 쌍포에 힘입어 부산을 2대0으로 물리쳤다. 서울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06년 10월 29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다. 9경기에서 6무3패였다. 10경기 만에 무거운 짐을 털어내며 스플릿 리그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서울은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오르며 승점 67점(20승7무4패)을 기록했다. "징크스 깬 게 상당히 클 겁니다. 제 자신도 그렇고 선수들에게도 그렇고…. 목표인 승점 67점을 달성했으니 홈에서 승점 70점을 향해 달려나겠다. 어떻게 달아나는지 보여주고 싶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2위 전북은 벼랑 끝에서 첫 발을 뗐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다녀온 이동국을 제외했다. 중앙수비수 조성환 임유환과 공격의 핵 에닝요도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 원정은 고난의 길이었다. 자칫 패배의 늪에 빠질 수 있었다. 위기관리능력은 뛰어났다. '뉴페이스' 레오나르도가 후반 9분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꽂았다. 전북은 승점 62점(18승8무5패)으로 서울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유지했다. 첫 판을 기분 좋게 장식한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서울을 정조준했다. 그는 "30라운드까지 경기에서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진 팀이 서울이다. 1무1패 했지만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충분히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15일 '3위 전쟁'의 주인공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경남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했다. 1일 FA컵 4강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한 수모를 갚았다. 반면 울산에 다득점에 앞섰던 수원은 홈에서 포항에 1대2로 패하며 4위로 추락했다. 울산이 승점 56점(16승8무7패)으로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데 비해 수원은 포항과 4위 경쟁을 펼치게 됐다. 두 팀은 승점 53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수원이 골득실차에 앞서 4위(+11), 포항이 5위(+10)에 포진했다.
그룹B는 11위에도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은 성남의 패배가 화제였다. 성남은 올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룹B로 추락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성남은 첫 판에서 대전에 1대2로 역전패했다. '2부 리그 강등 경쟁'은 첫 무대부터 안갯속에 휩싸였다.
한 라운드가 흘러 K-리그는 13라운드가 남았다. 색깔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