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포항도 우승 후보로 알아주었으면 한다.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도전하겠다."
13일 열린 K-리그 그룹A 미디어데이. 황선홍 포항 감독은 여느때와 달랐다. 평소 신중한 황 감독은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분란이 될만한 말들은 피한다. 그런 황 감독이 이날만큼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1위 서울과의 승점차는 14점. 그럼에도 우승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틀 후 황 감독은 자신의 말이 허투루 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리그 5연승. 1일 열린 제주와의 FA컵 준결승전(2대1 승)을 포함하면 6연승이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포항은 승점 53점으로 4위 수원과 동률을 이루었다. 포항은 그룹A 우승 경쟁에서 태풍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포항의 상승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팀 핵심의 이적 공백'이다. 중원의 중심이었던 신형민이 8월 중순 아랍에미리트(UAE) 알 자지라로 떠났다. 신형민은 4-1-4-1 전형에서 원 볼란치(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었다. 포항에게 신형민 이적은 큰 위기였다.
황 감독이 신형민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대안을 마련했다. '밸런스'였다. 황 감독은 원 볼란치가 아닌 더블 볼란치를 두는 4-2-3-1 전형을 선택했다. 황지수와 이명주가 섰다. 둘의 조합은 괜찮았다. 황지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K-리그 7년차인 황지수는 터프함과 노련미로 상대의 예봉을 꺾었다. K-리그 신인 이명주는 활동량과 날카로운 패싱 능력으로 허리에 힘을 보탰다. K-리그 2년차 신진호도 둘의 뒤를 받치고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포항은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예전보다 더욱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안정적인 밸런스 덕택에 황진성이 싱글벙글이다. 신형민이 있을 때에 비해 자신의 수비 부담이 많이 줄었다. 공격에만 치중할 수 있게 됐다. 공격에 날개를 단 황진성은 8월 열린 K-리그 6경기에서 3골-5도움을 기록했다. 수원전에서도 1골-1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중원에서 밸런스가 살아나자 포항 공격진들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최전방 원톱 박성호는 8월 이후 4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노병준 역시 수원전 선제골을 비롯해 최근 1달간 3골을 넣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