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과의 K-리그 31라운드 경기를 20여분 앞두고 취재진이 원정팀 감독실을 찾았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그곳에 없었다. 취재진을 발견하고 급히 벤치에서 들어오며 최 감독이 말했다.
"6년 동안 부산 원정에서 못이겼다. 내가 벤치에 직접 나가 공기를 마시고 왔다."
지긋지긋한 6년 부산 원정 징크스 얘기였다. 비오는 그라운드에 나서 승리의 기운을 한껏 흡입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서울의 무덤'으로 불렸다. '데몰리션(데얀+몰리나) 콤비', 최근 급부상한 '에스쿠데얀(에스쿠데로+데얀)' 콤비를 앞세워 승승장구해온 리그 최강 서울이 유독 부산 원정엔 약했다. 2006년 5월14일 이후 무려 6년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4월 11일 원정에서 데얀, 몰리나가 질식수비에 꽁꽁 묶인 채 0대0으로 비겼다. 7월21일 홈에선 6대0으로 대승했다. 부산 원정은 불가해한 미스터리였다. 홈과 원정의 간극이 워낙 컸다.
상위리그의 출발선상에서 하필 부산을 만났다. 최 감독은 비장했다. "부산 원정 결과에 따라 남은 13경기에 자신감 충만하게 임할 수 있을지가 달려있다. 자칫 잘못되면 물고 물리는 판국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1위팀 감독답지 않게 결연했다. "2010년에는 뒤따라가다가 우승했다. 올해는 1위로 앞서가고 있지만, 상대팀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멀찍이 도망가버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6년 무승 징크스'가 마침내 깨졌다. 해결사는 역시 '원샷원킬' 데얀과 몰리나였다. 전반 8분 몰리나의 패스를 이어받은 데얀의 슈팅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골망으로 미끄러지듯 빨려들었다. 후반33분 교체투입된 최태욱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몰리나가 마음놓고 오른발로 노려찼다.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징크스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쐐기골이었다. 몰리나는 대구전에 이어 2경기 연속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스플릿리그 A그룹 첫 경기에서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