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26일 인천 KIA전. 매진 소식이 문학구장내에 알려지고 5회가 끝난 뒤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만수 감독이 체크 무늬 팬티와 양말, 운동화 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팬티만 입은 SK 남성 팬 20여 명과 함께 '난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가수 정수라의 노랫속에 만원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운동장을 한바퀴 돌았다.
"매진이 되면 팬티만 입고 뛰겠다"는 농담성 발언을 한 것이 실제로 이뤄진 것. 평균 5000∼6000명의 관중만이 오던 문학구장은 2005년 개막전 이후 2년여만에 처음으로 매진이 됐었다.
이 감독이 팬티만 입고 뛰었던 문학구장은 5년만에 팬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바뀌었다. 문학구장이 개장 이후 첫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SK 창단 이후 처음이자, 인천 연고팀으로도 처음 있는 경사다. LG, 롯데, 두산에 이어 네번째.
지난 9일 넥센전까지 99만7498명을 기록했던 SK는 15일 KIA전서 1만5676명이 찾아 홈 60경기만에 누적관중 101만3174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 관중이었던 지난해 98만8660명도 넘어섰다. 평균관중도 1만6886명으로 처음으로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0년 해체된 쌍방울 선수를 주축으로 창단된 SK는 첫해 홈관중이 8만4563명에 불과했다. 평균 1281명. 2001년 17만8645명(평균 2666명)으로 늘었고, 문학구장을 사용하기 시작한 2002년 40만2732명(평균 6102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뤘다. 이후 2006년까지 관중이 30만∼40만명 정도로 정체 현상을 보였다.
문학구장에 관중의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2007년부터다. 그해 총 65만6426명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평균 1만419명으로 처음으로 평균관중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후 매년 관중이 증가한 SK는 지난 2010년 98만3886명, 지난해 99만8660명으로 100만명 앞에서 아쉽게 멈췄다.
SK의 꾸준한 관중 증가는 성적과 함께 팬을 향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지난 2007년 스포테인먼트의 기치를 내걸었던 SK는 2009년까지 문학구장에 놀거리와 먹거리, 볼거리 등 재미 요소를 늘리는데 힘썼다. 야구장내에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생겼고, 외야엔 바베큐존, 그린존 등이 들어서 타구장과의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쳤다. 2010년부터는 친환경 스포츠활동인 그린스포츠(Green Sports)와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에듀 스포테인먼트(Edu Sportainment) 등을 통해 야구단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셜 마케팅(Social Marketing)에 주력했었다.
올해는 '터치 캠페인(Touch Campaign)'이란 이름으로 조금 더 팬들에게 다가갔다. 경기장내에 물품보관함과 현금자동지급기를 설치했고, 관중을 위한 의무실도 만들었다. 경기전 팬들이 선수들과 승리를 기원하는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위닝로드 타임'도 만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관중석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야구를 보는 문학구장만의 트렌드를 만든 노력이 100만명의 관중이란 결실을 맺게 했다.
이만수 감독은 100만 관중에 감격해하며 "이렇게 야구 인기가 많아진 것은 선수들과 프런트, 관중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