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하던 승부의 축이 무너졌다. 시계는 후반 2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파코 에레라 셀타비고 감독은 급한 말투로 벤치에 앉아있던 한 사내를 호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한 야심작 박주영(27·아스널)이었다.
박주영이 스페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16일(한국시각) 발렌시아 메스텔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라운드에서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26분 이아고 아스파스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달 말 셀타비고 유니폼을 입으면서 스페인에 도착한지 2주 만이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치르고 와 피로가 누적된데다 동료들과의 호흡 문제 등으로 출전 가능성은 불투명 했다. 그러나 에레라 감독은 리드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수를 늘리면서 박주영을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AS모나코와 아스널을 거치면서 유럽 무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박주영의 기량과 적응력을 믿은 결정이었다.
20분 남짓한 기회에서 박주영은 이전에 비해 한층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빠르게 전개되는 경기 속도를 분주히 따라갔ㄷ.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붙어 압박하는 동시에 찬스 상황에서는 보다 빠른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찬스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엔리케 루카스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 후 마무리 하려 했으나, 골키퍼에게 크로스가 차단되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아크 정면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에서는 동료에게 빠른 패스를 이어줬으나, 강도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준비가 덜 된 상황인데다 짧은 출전 시간을 고려하면 활약은 무난했다. 발렌시아전 출전을 계기로 박주영은 본격적인 주전 경쟁에 뛰어들게 될 전망이다. 당분간은 아스파스와 미카엘 크론델리를 지원하는 조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른 경기 템포와 패스를 받기 위해서 한박자 빠른 판단력과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완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전망이다.
발렌시아전을 마친 박주영은 22일 홈구장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열릴 헤타페와의 리그 5라운드 출전에 도전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