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수가 참 안줄어드네…."
삼성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다. 사람들은 "승차나 분위기를 볼 때 사실상 삼성이 정규시즌 1위 자리를 굳힌 것 아닌가"라고 말을 하지만 팀을 이끄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매직넘버를 0으로 줄여야 그 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이 감독의 자리다.
삼성은 15일 2위 롯데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2위팀과의 맞대결을 내줄 경우 승차가 줄어들어 압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기고 나니 이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일도 없다. 양팀의 승차는 4.5경기. 사실상 따라잡기 어려운 승차다. 하지만 류 감독은 "원래 이맘때면 10경기 정도가 남아있어야 정상인데 우리는 아직도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은 16일 롯데전을 포함, 17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류 감독은 "시즌이 끝나가는 마당인데 KIA랑만 6경기를 더 해야한다"며 웃었다.
남들은 쉽게 생각해도 감독의 입장에서는 고민의 연속이다. 특히 삼성은 15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죽음의 8연전'을 시작했다. 이 8연전에서 5할 승률만 유지해도 사실상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분위기지만 류 감독은 걱정이 앞선다. 야구라는 게임이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 머리가 더 아파졌다. 연전이 이어지며 선수단 운용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생기기 때문.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되면 총력전을 펼쳐야 하지만 이어지는 연전 부담 탓에 그럴 수도 없다. 일례로 류 감독은 롯데와의 2연전에 장원삼, 탈보트 출격을 예고했다. 하지만 롯데와의 경기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외국인 투수 고든을 투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명품 커브를 갖고 있는 고든이 롯데전에 유독 강했기 때문. 하지만 고든을 투입시키면 8연전을 대비해 유지해왔던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진다. 때문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날씨도 변수다. 예비일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 류 감독은 "더블헤더는 정말 힘들다. 더블헤더에서 2패를 한다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곁에서 보기에는 속편해보이는 1위팀 감독이다. 하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을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감독 자리가 어렵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