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징계까지 내려야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LG 김기태 감독에게 내린 징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장에서 결정권을 가진 감독의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는 생각이었다.
15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불쑥 "KBO가 김 감독에게 징계를 내렸더라"라는 말을 꺼냈다. 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이 경기 중 '스포츠정신을 훼손했다'며 야구규약 168조에 의거, 벌금 500만원에 엄중경고 제재를 가했다. 구단에도 엄중경고가 내려졌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SK전에서 마지막 타석에 고의로 투수를 타석에 들어서게 한 뒤 "SK쪽에서 우리팀을 무시하는 기만행위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일부러 투수를 기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서로를 이해해보며 순리대로 풀어가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던 류 감독은 KBO의 제재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류 감독은 "KBO가 무슨 근거로 김 감독에게 처벌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벌금 500만원이면 엄청난 제재 아닌가"라며 "선수를 기용하는 문제는 감독 교유의 권한이다. 현장에서 선수 기용 여부를 놓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감독이다. 부정 선수를 내보낸 것도 아니고 엔트리 안에 포함돼있는 선수를 출전시킨 것 갖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4번타자 대신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를 투입시킬 수도 있지 않나. 대주자로 발이 빠른 투수를 내보낼 수도 있다. 선수 기용 문제를 갖고 감독에 제재를 가한다면 예를 든 경우도 모두 잘못된 사항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류 감독은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에 대한 기만행위라고도 하는데 그 부분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고 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올시즌 남은 경기, 그리고 다음 시즌을 생각해 김 감독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