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다른 질환처럼 무릎관절도 어느 날 갑자기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축적돼 서서히 나타난다. 일상생활 속에서 별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이 무릎관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30대 직장인 이문영와 전문의의 Q&A를 통해 무릎관절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상 습관과 개선 방법을 알아보자.
Q=오전 7시. 헬스클럽에서 조깅을 한다. 30~40분 가량 하다가 어느 날부터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더니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운동량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요즘에는 운동 시간을 약 1시간으로 늘렸다.
A=무릎관절 질환은 50대 이상 장년층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면서 운동 중 부상으로 무릎을 다치는 20-30대 젊은층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운동 후 발생하는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오히려 운동부족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해 더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무릎 부상을 방치하면 나중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서동석 과장은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러닝머신을 달리면 위험하다. 무릎관절의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될 수 있다"며 "30분을 운동하기 위해서는 30분간 준비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운동 전 충분히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Q=낮 12시. 햄버거 가게에서 패스트 푸드, 인스턴트 식품으로 한끼를 때운다. 거래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사시간을 놓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워낙 햄버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A=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고열량 식품이다. 햄버거 등은 비만의 원인이 되고 몸을 산성화시킨다. 또 독소가 축적되기 때문에 이런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릎관절 건강에 독이 된다. 관절염에 특효인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비만이나 과체중을 막아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 미네랄 등의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릎통증으로 활동이 부족해지면 변비가 생기기 쉬우므로, 충분한 물 섭취와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Q=오후 2시30분, 의자에 양반다리로 앉아 일한다. 사무실에서 종종 하는 습관이다. 가장 편안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만 자세를 유지해도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
A=우리나라는 좌식 생활이 보편화되어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릎관절에 아주 좋지 않다. 양반다리를 하면 무릎이 130도 이상 꺾인다. 이때 무릎 관절에 체중의 7~8배 정도의 하중이 실린다. 이런 자세는 연골 결손과 퇴행성관절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양반다리 자세와 다리를 과도하게 꼬는 자세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또 엉덩이를 깊숙이 들이밀고 허리를 곧게 펴 무릎이 지면과 90도가 되도록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이 좋다.
Q=오후 7시30분. 업무가 끝났다고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은 아니다. 거래처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삼겹살에 소맥 폭탄주를 10잔 이상 마신다. 술을 마시면 흡연량도 늘어난다. 대학 입학할 때는 70kg도 안됐는데, 이제는 몸무게가 90kg에 육박하고 있다.
A=나이가 들면서 몸의 신진대사가 젊을 때만큼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살이 찐다. 여기에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으면 살이 찌는 건 시간문제다. 몸무게가 무릎 관절에 주는 압력은 보통 3배 정도 된다. 20kg이 늘어났다면 무릎에 주는 부담은 60kg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할 때는 최대 7배의 하중이 무릎에 실린다. 계속 살이 찌면 무릎은 나름대로의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상대적으로 연골이 많은 다리 안쪽으로 자꾸 무게를 싣게 되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다리 모양이 안 쪽으로 굽는 O자형이 된다.
술에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관절로 가는 피의 흐름을 방해한다. 특히 과음이 생활화되면 뼈를 만드는 조골 세포가 파괴되고 장 점막이 파괴돼 칼슘 흡수가 나빠진다. 이로 인해 관절질환이 악화되고 골다공증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담배 역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칼슘이 뼈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서동석 과장은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많은 사람이 비만임에도 이것이 무릎 통증의 원인으로 쉽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몸무게를 4~5kg만 줄여도 관절염 진행이 멈춘다는 결과가 있을 만큼 적당한 체중 관리는 무릎관절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