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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와 LG, 그리고 루징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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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행보가 화제다.

만년 하위팀 볼티모어가 후반기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볼티모어는 14일(이하 한국시각)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서 연장 14회 끝에 3대2로 승리하며 시즌 81승(62패)째를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이제 남은 시즌 19경기를 모두 패해도 승률 5할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볼티모어가 승률 5할, 즉 '위닝 시즌(winning season)'을 기록한 것은 지난 97년 이후 15년만이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14시즌 연속 승률 5할 미만, 즉 '루징 시즌(loosing season)'을 보내야 했고, 2008년부터는 4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던 볼티모어로서는 감격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볼티모어는 지구 중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7월18일에는 46승44패로 선두 뉴욕 양키스에 무려 10경기나 뒤져 있었다. 감히 양키스와 탬파베이의 선두 경쟁에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볼티모어는 투타 밸런스가 안정을 찾으며 승승장구했다. 이제는 양키스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위치까지 올랐다. 볼티모어보다는 탬파베이나 보스턴을 경계했던 양키스로서는 강력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볼티모어는 올시즌 팀연봉이 약 8000만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팀중 18위다. 90년대 명문팀 가운데 하나였던 볼티모어는 계속되는 부진과 흥행 참패 속에 최근 몇년 동안 리빌중 중심의 팀경영을 해오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몸값 비싼 베테랑들을 내보내고 젊은 유망주들을 받으며 조금씩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날 현재 메이저리그 엔트리 37명 가운데 4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는 6명 뿐이다. 지난해 후반기 벅 쇼월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특히 올해 후반기 들어서는 크리스 틸먼, 자크 브리튼, 미구엘 곤잘레스 등 메이저리그 3년차 이하의 젊은 선발들이 제 몫을 해주기 시작했고, 12승9패를 기록중인 대만 출신의 천웨이인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첫 풀타임 마무리로 던지고 있는 짐 존슨은 7월31일 뉴욕 양키스전부터 12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하는 등 42세이브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페드로 스트롭도 주축 셋업맨으로 공헌도가 높다. 20대 거포 듀오인 애덤 존스와 크리스 데이비스는 타선의 주축이 됐다. 올해 리빌딩의 성공 사례로 볼티모어를 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의 목표는 이게 아니다. 쇼월터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 속에서는 더 큰 목표가 있다. 이것(승률 5할)이 스프링캠프때 세운 목표는 아니다. 오랫동안 다른 팀들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하고 싶다. 댄스 파티에서 당당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았겠는가"라며 포스트시즌 진출,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이 궁극의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LG 트윈스가 볼티모어처럼 90년대의 명문팀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뒤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승률 5할 미만을 기록했다. 이날 현재 50승62패4무를 기록중인 LG는 올해도 승률 5할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포스트시즌 실패는 물론이고 '루징 시즌'이 10년 연속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LG는 6월까지만 해도 선두권을 유지해 루징 시즌을 마감하는 듯 보였다. 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해보다 컸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야구, 리빌딩, 포스트시즌, 또는 우승 등 목표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LG로서는 분명하게 노선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