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휴식'중이다. 아니, '휴식'이 아니다. 조용히 또 다른 전쟁 준비에 한창이다. 한마디로 '폭풍전야', 딱 그렇다.
15일부터 그룹 A, B로 나뉘어 돌아간다. 사상 첫 스플릿시스템의 결과다. 벌써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매경기 긴장감이 흘렀고, 흥미가 넘쳤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큰 일 난다. 이제 진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남은 14라운드의 흥망에 모든 게 묻힐 수도, 빛날 수도 있다. 또 다른 시작이다.
그 출발선, 스포츠조선은 스플릿시스템의 성공 방안에 대한 고민을 했다. 'K-리그가 사는 길' 제 3탄은 '사상 첫 스플릿시스템, 성공을 위한 ABC'다.
①'판관'의 힘, 어느 때보다 크다
②그룹A-B, 공존의 길을 찾자
③성공의 마지막 퍼즐, 팬들의 함성
①'판관'의 힘, 어느 때보다 크다
"어떨 때는 현금 500만원을 앞에 놓고 할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A감독의 푸념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올시즌 코칭스태프나 선수 등 구단 관계자가 심판 판정의 권위에 도전할 경우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김상호 전 강원 감독, 신태용 성남 감독이 희생양이 됐다. 감독의 입에는 재갈을 물렸지만 내부 불만은 팽배하다.
스플릿시스템이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풍년이냐, 흉년이냐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앞두고 있다. 그룹A는 우승, 그룹B는 강등 전쟁을 펼친다. 구단의 미래가 걸렸다. 최후의 14라운드에서 16개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누군가는 객관적으로 중심을 잡아줘야 된다. 심판의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심판도 인간이다. 감정에 흔들리고,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기준은 달라진다.
주, 부심이 없는 축구는 존재할 수 없다. 심판 판정에 불신이 생길 경우 그라운드에는 법이 사라진다. 그들의 휘슬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는 심판들의 잦은 오심과 미숙한 진행이 속출하면 곤란하다.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경우 팬들은 흥분하게 되고 K-리그의 공신력은 추락한다.
심판들도 고충은 있지만 질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시즌 이미 수차례 홍역을 치렀다. 4월 21일 서울-제주전은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서울이 승점 3점을 도둑맞았다. 4월 22일 인천-울산전에서도 오프사이드 오심이 있었다. 후반 16분 울산 이근호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직전 마라냥의 결승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울산이 땅을 칠 뻔 했다.
4월 28일 수원 스테보는 성남 에벨찡요의 발을 밟았다. 퇴장감이었다. 주심은 상황이 발생한 지점에서 불과 4~5m 떨어져 있었지만 침묵했다. 스테보는 뒤늦게 추가 징계를 받았다.
4월 29일 전남-인천전에서는 주심이 옐로와 레드카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6월 17일 포항-서울전에서는 서울 고명진이 쓰러졌다. 신형민이 오른무릎으로 고명진의 등을 찍었다.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중상이었지만 휘슬은 고요했다. 지난달 18일 K-리그 슈퍼매치 서울-수원전은 이중 잣대로 얼룩졌다. 전반 7분 만에 서울 김진규에게 페널티킥 파울이 선언됐다. 심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 정도로 엄격한 잣대였다. 후반 초반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수원에는 관대했다. 전반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은 양상민이 고요한에 위해를 가하는 악의적인 태클을 했다. 누가 봐도 카드감이었다. 하지만 경고 2장이면 퇴장을 의식한 탓인지 주심은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슈퍼매치의 감흥은 반감됐다.
스플릿시스템은 새 물결이다. 한국 프로축구의 명운이 걸렸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은 물론 심판들도 키를 쥐고 있다. 제도를 이끌고 갈 소프트웨어의 능력이 극대화돼야 한다. 이운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스플릿시스템을 앞두고 최근 심판 교육을 실시했다. 일관된 판정을 주지시켰다. 스플릿에 들어가서 강화해야 될 사항도 교육했다. 퇴장성 반칙을 적용하지 못한 장면이 간혹 있었는데 선수보호 차원과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서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다. 페널티 박스안에서의 반칙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철저하게 가려낼 것"이라며 "심판들도 올바른 판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은 판정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감독은 물론 선수들은 심판의 고유권한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상생이 곧 함께 걸어야 할 길이다. 심판들도 권위는 공정성에서 나온다는 불문율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휘슬 하나, 하나가 K-리그의 역사다. 스플릿시스템의 성패는 '판관'의 균형잡힌 힘에서 출발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