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33·전북)이 A매치 29번째 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에서의 존재 의미를 알렸다.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기대가 큰 부분도 있지만 대표팀 스트라이커로서 좀 더 나은 플레이가 절실하다.
이동국은 11일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타슈켄트의 파크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골을 터트렸다. 1-1로 맞선 후반 초반 이동국은 크로스로 넘어온 공을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골망으로 차 넣었다. K-리그 통산 최다골(129골) 기록을 보유중인 이동국은 이날 골로 현 대표팀 선수중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게 됐다. 게다가 우즈벡전에서만 4골을 넣으며 '우즈벡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동국은 최강희호에 합류하면서 대표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전북 현대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동국을 가장 먼저 선발했다. 이전 대표팀 감독들은 이동국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애제자'인 이동국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며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동국 선발을 놓고 안티 세력도 많았다.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이동국에 대해 '국내용이다', '나이가 많다', '게으른 공격수'라며 폄하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애매하다. 실제로 이동국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2014년엔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또 예전엔 게으른 공격수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을 발탁하지 않았다. '게으른 천재'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이동국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서른여섯이라고 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예선전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본선엔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 게으른 공격수라는 이야기는 이동국의 골 기록을 보면 더 이상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날 우즈벡전에서도 이동국은 전후반 90분을 뛰며 최전방을 책임졌다.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가 바로 골이라고 볼 수 있다. 우즈벡과의 원정경기는 대표팀에서의 이동국의 가치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만족을 표시하기엔 아쉬움도 있었다. 원정 경기를 무승부로 만드는데 기여했지만 전체적인 플레이는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동국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다. 2선에선 이근호(울산),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튼)이 끊임없이 이동국에게 찬스를 만들어 줬다. 그러나 상대의 집중 수비에 막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상대팀 스트라이커를 막기 위한 밀집 수비는 공식과도 같다. 이동국이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또하나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이동국의 패스 미스는 여러차례 흐름을 끊어 놓았다. 활동량에 비해 효율도 떨어진다는 점도 생각할 부분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을 갖고 있다.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남은 경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최 감독의 입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