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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원샷원킬, 최강희호 믿음의 용병술 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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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원킬'이었다. '영원한 황태자' 이동국(33·전북)이 이번에도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최 감독과 이동국의 인연은 보통의 '사제관계' 그 이상이다. 이동국은 지난 1월 SBS 예능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스승을 향한 마음의 '깊이'를 털어놨었다. 프로세계에서 절대적인 돈보다도 최 감독과의 진한 의리가 우선순위였다. 중동의 한클럽이 건물 한채 값에 맞먹는 '로또 1등'같은 이적료를 제안했을 때도 마지막 선택의 순간 발길을 돌렸다. '감독님'을 저버릴 수 없었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많은 것을 이끌어낸 분이시고, 부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을 떠나기가 힘들었다. 감독님이 날 버리는 건 괜찮아도 내가 감독님을 버릴 수는 없다," 이동국의 의리에 '최고집' 최 감독 역시 의리로 화답했다. "나는 이동국 선수를 믿고 있었다. 마흔살까지 축구 했으면 좋겠다. 동국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

11일(한국시각) 타슈켄트의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 '원톱' 이동국의 몸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 전반 16분 이근호의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완벽한 크로스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아쉽게 결정을 짓지 못해 근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 감독은 이동국을 빼지 않았다. 후반 이동국을 빼고, 박주영을 넣을 것이라는 축구팬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최 감독 특유의 '믿음의 용병술'을 보여줬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이 한 그라운드에 공존했다.

1-1로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후반 11분, 거짓말처럼 이동국의 역전골이 터졌다. 박주호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직후 온몸을 던지며 오른발 슈팅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넘어지면서도 오른발을 필사적으로 갖다댔다. 골을 향한 집념을 보여줬다. 3분 후 우즈벡의 코너킥 상황에서 투르수노프에게 내준 헤딩 동점골은 뼈아팠지만, 웬만해선 지지 않는 최강희호의 응집력을 보여줬다.

이동국은 지난 2월25일 최 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데뷔전이던 우즈벡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밀어넣었다.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2월29일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전에서 선제결승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거뒀다. 이동국의 활약에 힘입어 최강희호는 5승1무1패의 호성적을 이어갔다. 이동국이 나서지 않은 '세계최강'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 이동국은 최 감독 부임 이후 출전한 A매치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게 됐다.

4번의 월드컵은 이동국에게 아픔의 기억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2002년 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인대파열 부상으로 중도하차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벤치를 지켜야 했다. 월드컵 무대를 누빈 시간이 총 51분에 불과하다. K-리그 최고의 스타가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축구화 끈을 푸는 순간까지 월드컵의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 2014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5번째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었다. 자신을 알아준 스승, 최 감독과 마지막 월드컵에서의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