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서 SK 정우람이 등판하자 LG 김기태 감독은 박용택을 빼고 대타로 신동훈을 기용했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동훈은 타자가 아닌 투수다. 신동훈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2년 드래프트서 6라운드 7번 전체 52순위로 입단한 우완투수. 퓨처스리그에서는 14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1군에 올라왔으나 아직 1군 마운드엔 오르지 못했다.
즉 이날 타석에 선 것이 1군 데뷔였다. 김 감독은 대기 타석에 있던 정의윤도 불러들였다.
신동훈은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했고, 경기는 그대로 3대0 SK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후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고, LG 코칭스태프 역시 노코멘트였다.
김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대타 기용은 두가지 정도의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첫번째는 LG 선수들에 대한 불만 표현이다. LG는 이날 실책만 4개를 하면서 점수를 헌납했고, 5안타의 빈공을 보였다. 이날 경기가 진행되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봤거나 그러한 분위기를 느껴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투수를 대타로 낸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성훈이 타석에 있을 때 대기 타석에 박용택이 있었던 것을 보면 경기 중 불만이 쌓였다기 보다는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SK의 투수 교체에 대한 불만일 가능성이다. 3-0으로 경기가 사실상 SK의 승리로 흐른 상황에서 SK는 9회에만 박희수-이재영-정우람 등 3명의 투수가 올라왔다. 8회에 등판한 박희수가 9회말 첫타자 이대형을 삼진으로 잡았고, 이어 이재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3번 이진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4번 정성훈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SK 이만수 감독이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김 감독은 정우람으로 교체된 뒤 박용택을 빼고 신동훈에게 방망이를 잡게 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김 감독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정의윤을 대기타석에서 들어오게 함으로써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표현했다. 경기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잦은 투수 교체에 LG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3-0의 상황에 2아웃이라도 주자가 2루에 있고 홈런 2개만 연이어 나온다면 3-3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이브 상황이기 때문에 정우람의 등판은 무리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후 일찍 경기장을 떠났고, 핸드폰도 전원을 꺼버려 그가 의도한 바를 들을 수 없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