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다이노스)이 쏘아올린 큰 희망!'
프로야구의 막내인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가 11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삼성과의 경기에서 7대1로 대승을 거두며 56승5무33패로 2군 남부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NC는 리그 2위인 넥센에 10.5경기차로 앞서 있어 남은 6경기에서 전패를 하고, 넥센이 남은 14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해도 승률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퓨처스리그 성적은 NC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다른 팀들도 1군에 뛸 선수를 육성하거나, 컨디션 조절과 재활 차원에서 2군을 활용하고 있고 상무나 경찰청 정도를 제외하곤 승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 1군 데뷔를 앞두고 팀 빌딩을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NC로선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배양이다. 6할이 넘는 승률로 '이기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한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NC는 2년간 특급 신인들을 우선지명으로 뽑아올 수 있었지만, 1군에서 신인이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또 각 팀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을 두차례의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각 팀의 비주전을 불러모으는 등 '외인구단'이 따로 없었다.
지난해 10월 첫 훈련을 시작할 때는 프로구단이라는 명함을 내밀기에는 허점 투성이였다. 1군에서 제대로 한 시즌을 소화한 선수도 없는데다, 워낙 출신 성분도 다양하다보니 팀워크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초대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이 올 시즌 내세운 구호는 '거침없이 가자'였다. 어차피 막내인데다 등록 선수 가운데 기혼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젊은 팀 컬러를 가지고 있으니 패기있게 나가자는 의미였다. 내년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육성이 가장 중요했지만, 성적도 놓칠 수 없었는데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하더니 끝까지 독주했다.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대졸 최대어로 꼽혔던 나성범은 11일 삼성전에서 결승 투런포를 포함해 홈런(16개)과 타율 1위(0.312), 타점 2위(62개), 장타율과 출루율 1위 등 타격 전부문을 휩쓸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기대감을 드높였다. NC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은 조평호, 이명환 등도 거포 본능을 발휘하며 나성범의 뒤를 받쳤다.
마운드에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영입한 유망주 이재학이 1.55의 평균자책점에다 15승2패라는 독보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황덕균, 문현정, 민성기 등 기존 구단에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투수들도 NC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자신있게 공을 뿌리며 내년 시즌 한자리를 예약했다.
여기에 NC는 최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초고교급 에이스인 윤형배와 함께 대졸 최대어로 꼽힌 우완투수 이성민도 우선지명으로 품에 안았다. 시즌이 끝난 후 FA와 용병을 각각 최대 3명씩 뽑을 수 있고,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씩 선발할 수 있어 현재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물론 1군과 2군의 실력차는 상당하다. 또 1군의 경우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끊임없이 몸쪽을 공략하고, 주포들에게 대한 견제도 상당하다. 야간 경기에 하루빨리 적응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30여경기가 더 많기 때문에 한 시즌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 안배가 필수적이다.
NC는 시즌이 끝나고 10~11월에 창원에서 계속 훈련을 한 후 내년 1월 미국 애니조나 투싼으로 전지 훈련을 떠나며 1군 진입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축하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은 "퓨처스리그 1위에 뭐 큰 의미가 있겠냐"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사실 이 정도의 성적을 낼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또 결코 만만한 전력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내년 시즌 승률 5할과 4강을 목표로 싸워보겠다.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라고 강조했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영광스런 1군 무대를 다시 밟는 중고 선수들에게나, 새로운 구단에서 첫 프랜차이즈 스타를 노리는 신예 선수들에게나 '거침없는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