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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가 말하는 넝굴당 "딸 라희, 천재용 곰인형 침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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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이 9일 종영했다. KBS2 주말극이 늘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이번 '넝굴당'의 성공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호흡이 빠른 미니시리즈용 작가로 평가받던 박지은 작가에다 주말극이 처음인 김남주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방송전부터 '주말극에 잘 어울릴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같은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트렌디 주말극도 통하였느냐

김남주 본인도 첫 주말극 출연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 7일 종방연 자리에서 만난 김남주는 "주말극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 뿐만 아니라 나도 걱정스러웠다. 사실 나는 '미니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제안을 받았을 때 '박지은이 쓴다면 믿고 해보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미니시리즈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극은 인물이 많아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박지은 작가로 인해 KBS주말극이 달라졌다는 평이 많다. 트렌디한 주말극도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배우들의 호흡, 성공의 일등 공신

유준상은 마지막 신 촬영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들은 '넝굴당'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김남주는 '넝굴당'을 하면서 인간적인 것을 많이 얻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미니시리즈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하지만 주말극은 나만 잘한다고 될게 아니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주말극은 배역이 많기 때문에 15회에서 20회에 한번 정도 한 배우가 주된 역할을 하는 회차가 나온다. '넝굴당'의 배우들은 그때마다 도와가며 서로의 연기 살려주기에 나섰다.

덧붙여 김남주는 방귀남 역의 유준상에 대해 "최고의 연기 파트너"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준상씨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연기했어요. 유준상씨가 원래 방귀남 스타일이더라고요. 게다가 연기를 귀신같이 잘하죠. 사실 현장에서 서로 연기를 잘 못 받아쳐주면 장면이 잘 안사는데 유준상씨는 신을 같이 살려줘요. 그러니까 별 것 아닌 것 같은 신도 재미있게 나오더라고요. 나서야할 때와 아닐 때를 정확히 판단하죠. 박기호 PD님의 말처럼 동물적인 순발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박지은 작가, 정말 영리한 사람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굴당'까지 내리 세작품을 함께한 김남주의 말에 의하면 박지은 작가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사실 대본을 읽다보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많은 데 처음 '내조의 여왕'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술술 읽혔어요. 정말 경쾌하게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농담처럼 '어떤 배우가 박작가 작품을 나처럼 표현해주겠어'라고 말하지만요.(웃음)"

사실 '넝굴당'은 막바지에 들어서 대본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박지은 작가가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 터. "현장에서 대본을 외워야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대본을 받아보니 세트 촬영을 완전히 줄여놨더라고요. 사실 세트 촬영을 하면 숨 쉴 틈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에 신경쓸 여유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야외촬영은 이동하는 시간이나 준비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짬짬이 연기를 준비할 시간이 생기죠. 그걸 보고 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같은 점들로 인해 '넝굴당'은 국민드라마 대열에 들어섰다. "사실 우리 아이들도 이 드라마를 좋아해서 종영하는 걸 아쉬워하더라고요. 둘째딸 라희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우리 드라마 광팬이에요. 예전 '여왕'시리즈는 늘 화내고 싸우고 울고 그래서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넝굴당'은 웃긴 것도 많아서 딸이 시청자 입장에서 끝나는 걸 아쉬워해요. 침대에 천재용(이희준)이 아끼는 '곰팅이' 인형도 눕혀 놓고 있다니까요.(웃음)"

다음 작품에서 김남주가 박지은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남주는 "이제 박작가와는 안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들의 조합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넝굴당'으로 인해 더 많아졌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뷰 말미에 김남주는 "요즘은 영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와요. 작품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저한테 시나리오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라며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