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앞으로!"
지난 8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종합운동장에서 빗속에 펼쳐진 상지대와의 연습경기,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틈만 나면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무의미한 백패스에 대해 가차없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우승을 노리다, 승점 3점 차(승점 37)로, 그룹 B로 떨어졌다. 단 1승이 모자랐다. 15일 스플릿 시스템이 본격 가동된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걸고 목표를 재설정했다. '신나게 공격'하는 '신공'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골 결정력 끌어올리기' 특명
성남은 30라운드 종료 직후 휴식을 취한 후 지난 3일부터 양구에서 일주일간 전지훈련을 가졌다. 분위기와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우승이 아닌 리그 9위를 향한 전쟁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구단과 선수들은 프로로서의 자존심을 걸었다.
K-리그 30라운드에서 유효슈팅 197개로 16개 구단 가운데 많았다. 31골에 그쳤다. 하부리그 추락의 가장 큰 이유다. 리그 1위 FC서울은 183개의 유효슈팅 중 53골을 넣었다. 부족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신 감독은 "완전한 찬스 5~6개를 놓친다면 그것은 집중력, 실력의 문제이지, 운이 없다고 탓해선 안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내내 공격라인 쪽에 주문이 집중됐다. "연습경기에서 골 넣는 맛을 들여야 실전서 넣지!" "움직임이 반박자 늦어, 집중해!" "앞으로! 앞으로!" 하프타임 신 감독의 전술 지시가 끝나자마자 김도훈 코치가 나서 공격진에게 세부사항을 지도했다. K-리그 레전드 골잡이 출신 지도자들의 간절함이 전해졌다.
시즌 후반기 영입한 외국인선수들은 성남의 분위기에 상당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잔부상으로 스탠드에 앉은 에벨톤, 레이나, 하밀이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후반 자엘의 페널티킥골이 작렬하자, 요란한 휘파람을 불어댔다. 자엘이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동료들을 향해 코믹 세리머니를 펼치자, 웃음이 터졌다. 분위기가 좋았다. 성남은 전지훈련 기간 광운대와의 연습경기에서 5대2, 상지대와의 연습경기에서 4대2로 승리했다. 전현철, 김성준, 자엘, 남궁 웅, 김현우 등이 골고루 골맛을 봤다.
▶그룹B 새 목표는 '최소한 선두'
그룹 B의 시작과 함께 신 감독은 새 목표를 설정했다. 모두가 주목하는 '우승 전쟁'도 '강등 전쟁'도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에겐 뛰어야 할 절실한 이유가 필요하다. "최소한 선두"라는 말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리그 1위는 기본 목표다. "상위리그보다 많은 승점을 챙기면서, 역시 성남 일화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개인기록이 그룹 A-B에서 합산 운영되는 만큼, 개인적인 부분에서의 동기부여도 강조했다. 공격라인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이유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목표를 공유했다. 부상한 김성환 대신 주장 완장을 찬 박진포는 "마지막 한끗차로 떨어져서 다들 아쉬움이 컸다. 각자 해야할 몫을 못한 것에 대해 만회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 전반기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을 스플릿리그에서 보여드리겠다"며 선수단의 각오를 전했다. "유효슈팅에 비해 골대 불운이 너무 많았다. 공격수들이 골을 많이 넣어서 개인기록도 만들고, 성남의 자존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나도 수비라인에서 공격수들을 열심히 도우면서, 무실점 행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공격수들이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잘해줘야겠다"며 웃었다. '
양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