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안지만(29·삼성)은 야수 박석민(27·삼성)과 함께 삼성에서 튀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삼성 구단의 팀 컬러는 큰 사고뭉치 없는 무난한 선수들의 집합체다. 안지만은 힙합 스타일로 모자를 약간 삐딱하게 착용하고 등판한다. 박석민은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특이한 동작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자주 선사한다.
안지만은 삼성 투수군에서 표정이 가장 밝은 편이다. 훈련할 때 보면 조금 오버하는 동작을 하다 선배 오승환(30)으로부터 "장난할래"라는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안지만은 붙임성이 좋은 편이다. 하늘 같은 대선배 진갑용(38) 이승엽(36) 등이 후원받는 보약을 옆에 붙어서 빼앗아 먹을 정도다.
최근 김시진 넥센 감독은 이런 안지만을 높게 평가했다. 만약 오승환이 삼성을 떠나도 삼성 투수력에 큰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첫 번째 선수로 안지만을 꼽았다. 이번 시즌 안지만은 주로 오승환 등판 직전에 마운드에 오른다. 오승환의 세이브 요건을 갖추는 마지막 토대를 안지만이 만들어 놓고 내려간다.
아직 안지만은 오승환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맡아온 역할이 달랐다. 안지만은 주로 중간 계투를 하면서 선발과 마무리까지 전천후로 던졌다. 반면 오승환은 2005년 입단 이후 거의 마무리로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안지만은 이번 시즌 소리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6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86으로 20홀드(1패)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홀드 선두 SK 박희수(23홀드)와 3개차로 2위다. 그는 "홀드 타이틀을 욕심을 내고 있다. 박희수와 끝까지 좋은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삼성 입단 이후 개인 최고의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1승5패17홀드(평균자책점 2.83)를 기록했다. 그는 최근 한달 동안 9차례 등판,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오승환의 돌직구 위력 보다는 떨어지지만 구속 150㎞의 빠르고 묵직한 직구를 던질 줄 안다. 최근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오승환과 안지만 둘 중 누가 구위가 더 좋으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린 후 "어렵다. 둘 다 좋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지만은 이번 시즌 초반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10일 동안 2군으로 내려가 안정을 취했다. 지금도 그의 오른 팔꿈치에는 미세한 뼈조각이 돌아다닌다. 그래서 통증이 있다. 그렇지만 계속 참고 던진다. 여전히 통증 완화 주사를 맞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7월초부터 줄곧 페넌트레이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하다. 안지만은 "좀 빠르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팀 형들이 큰 경기를 앞두고 운동을 한발 더 뛰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후배들도 따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삼성에서 2005년, 2006년, 그리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고 있다. 안지만은 "주변에서 시즌 초반 안 좋다. 그렇데 지금은 좋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신경 안 쓴다"면서 "나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만 잘 지켜주면 된다. 그러면 팀과 개인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면서 "시즌 시작 전 아파서 팀에 피해주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런대로 잘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