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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리즈와 주키치, 극명히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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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선발 투수진이 취약했던 팀이었습니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LG가 2002년 이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실패했던 탓도 큽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LG 유니폼을 입은 리즈와 주키치는 달랐습니다. 1998년 외국인 선수가 프로야구에 도입된 이후 LG 구단 사상 최초로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동시에 10승을 거두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리즈와 주키치가 재계약에 성공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시즌 초반 리즈와 주키치의 행보는 그들에게 낙점된 보직처럼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리즈는 시범경기 개막 직전 부여받은 마무리 투수 보직에 적응하지 못해 정규 시즌 개막 이후 제구력이 크게 흔들려 한 달 만에 선발 투수로 다시 전환되었습니다. 5월 13일 잠실 삼성전부터 선발 투수로 등판한 리즈였지만 무난한 투구 내용에도 불구하고 승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5월부터 6월까지 8번 선발 등판해 5번의 퀄리티 스타트 불구하고 1승(2패)를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주키치는 제1선발답게 6월 10일 잠실 두산전까지 8연승 무패를 거두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대로라면 15승은 물론 20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흥분 섞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6월 19일 대전 한화전부터 2연패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6월 30일 문학 SK전에서는 7.2이닝 무실점으로 본모습을 되찾으며 시즌 9승에 올랐습니다. 1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는 덤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7월 들어 동반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리즈는 6번, 주키치는 4번에 걸쳐 선발 등판했지만 각각 1승을 추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LG의 팀 성적 하락과 직결되었습니다. 마무리 봉중근의 이탈까지 겹치며 LG는 앞문과 뒷문이 동시에 불안해져 추락이 가속화되었습니다.

8월 들어 리즈와 주키치의 투구 내용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리즈는 8월 한 달 간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23, 피안타율 0.175로 최고의 월간 성적을 남겼습니다. 32.1이닝을 소화하면서 12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동안 무려 3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최대 장점인 150km/h대 후반의 빠른 직구의 제구가 잡히고 변화구까지 가미되면서 위력적인 투수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LG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리즈가 1승 2패에 머문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주키치는 침체 일로에 빠졌습니다. 8월 한 달 간 5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을 거뒀습니다. 평균자책점 6.59, 피안타율 0.333로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9월 2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제구가 낮게 된 몸쪽 공조차 장타를 허용하는 등 현저히 구위가 저하되어 4.2이닝 5실점으로 난타당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주키치는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투수였던 반면 리즈는 빠른 구속에도 불구하고 '제구력 불안'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투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를 살펴보면 두 투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계약을 결정해야 하는 LG의 입장에서 리즈와 주키치의 엇갈린 행보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의 투구 내용을 기준으로 설정하느냐 아니면 작년부터 올 전반기까지를 기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LG가 리즈와 주키치의 재계약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