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안타를 때려내도 스윙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밤새 비디오, 사진을 보며 연구했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작은 차이를 발견했다. 연습벌레 손아섭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그것을 고치기 위해 수백번이고 스윙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내 스윙을 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힐 수 있었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는 3타점 2루타를 치고 말이다.
9월4일 부산의 영웅은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4일 부산 KIA전에서 팀이 1-2로 끌려가던 7회 2사 만루 찬스서 바뀐 투수 박지훈을 상대로 좌중간 싹쓸이 2루타를 작렬시켰다. 정규시즌 2위 확정을 넘어 내심 1위 자리도 포기하지 않은 롯데에 값진 승리를 안긴 손아섭이었다.
2일 부산 LG전에서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후 2경기 연속 맹타를 휘두른 손아섭이다. 단순히 기록이 좋아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좋았던 때와 비교해 미세하게 달라진 타격폼을 수정한 후 자신이 원하던 타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 더욱 반갑다.
손아섭은 1일 부산 LG전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3할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시즌 내내 "내가 원하는 타격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너무 답답하다"고 밝혀온 손아섭이다. 경기 후 수십장의 사진을 비교해봤다. 지난해 컨디션이 좋았을 때와 올해 좋지 않았을 때, 그리고 올해 사진 중에서도 그나마 조금 컨디션이 괜찮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사진들을 모두 살펴봤다. 그러던 중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다. 팔의 위치였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배트를 잡고있는 양 팔꿈치의 폭이 좁았고 가슴쪽으로 당겨져 있었다. 자연히 배트가 왼쪽 귀를 바라보며 수평하게 뻗었다.
하지만 좋지 않았을 때의 폼은 조금 달랐다. 팔꿈치가 벌어져있었고 양 팔의 위치가 전체적으로 머리쪽으로 올라갔다. 팔이 벌어지며 자연히 배트 헤드 부분이 헬맷의 뒤통수 부분을 치는 일이 많아졌다. 등 부분이 더 많이 마운드쪽으로 노출됐다. 좋지 않았을 때는 등번호 31 중 3자가 TV 중계화면에 더욱 선명히 비춰졌다.
공을 맞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기다릴 때 자기도 모르게 이미 테이크백 동작을 미리부터 취하고 있었던 것. 돌아나오는 배트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손아섭은 "최다안타 경쟁이 이어지며 공을 일단 맞혀야겠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한 것 같다"고 반성했다. 그리고 2일 경기를 앞두고 배팅 훈련 때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만족한다. 힘이 훨씬 잘 실린다"더니 이날 경기에서 중견수 이병규의 키를 훌쩍 넘기는 대형 2루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밸런스만 놓고 보면 2일 LG전이 더욱 완벽했다. 하루 휴식을 취해 감을 잊었던 탓이었을까. KIA전에서는 양 팔의 위치가 2일 경기에 비해 조금 더 올라가 있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KIA 선발 소사를 의식한 듯 보였다. 결국은 삼진 2개.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속이 떨어지는 박지훈이 나오자 조금 더 괜찮은 폼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손아섭은 "단시간 내에 완벽하게 새로운 폼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라도 해법을 찾아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